가뜩이나 힘든데 하반기 악재 수두룩...허리 휘는 중소기업, 파산 더 늘어날까

2024-04-18 14:49
올해 초, 법인 파산 신청 건수 288건...전년대비 40% 상승
올 하반기 '3고 현상' 심화할 듯...중소기업 신음소리 커지나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 기구들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이른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사회적 대유행) 영향으로 고꾸라진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이 늦어지면서 올해 초 중소기업들의 파산이 늘었는데 연말에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동기(205건) 대비 40.5% 늘었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657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신청 건수는 10년 전의 3.6배에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이 늦어지면서 파산을 신청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이 올 하반기에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원화 약세) 현상은 중소기업엔 가장 큰 악재다. 통상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면 원재료를 수입해 유통·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하기 마련이다. 환율이 오른 만큼 제품 판매가에 가격 상승분을 반영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어 기업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수출 중소기업이 밝힌 손익분기점 원·달러환율은 1262원이다. 현재 환율은 이보다 100원가량 높아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 원·달러환율이 145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도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최근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국제유가 모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들면서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중동 전쟁이 확전 위기에 놓이면서 올해 120~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지금의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이 더는 못 버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 입은 타격이 여전한데 환율에 유가까지 뛰면서 불안한 상황"이라며 "파산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