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먹잇감 되는 모아타운] 대상지도 아닌데... 관악구 골목길 143명이 쪼갰다
2024-04-24 05:00
최근 서울 시내 모아타운 추진을 미끼로 한 토지 지분 쪼개기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 등 개발 사업지에 대해 투기 수요를 막겠다고 나섰지만 모아타운 대상지는 물론이고 모아타운에 포함되지 않는 인근 지역까지도 투기 의심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관악구 봉천동 100-××× 에 대해 토지 거래가 160건 이뤄졌다. 대부분 거래가 3.3~9.9㎡(1~3평) 규모다. 지난달 25일엔 해당 지번 9.9㎡ 면적이 2400만원, 즉 3.3㎡당 800만원 수준에 거래된 데 이어 이틀 뒤인 27일엔 3.3㎡가 1260만원에 매매됐다.
전체 면적 9296㎡ 규모인 이 지역은 빌라 등이 밀집한 구역 내 골목도로다. 이 중 4648㎡가 지난해부터 경매에서 네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 2월 3.3㎡당 188만8000만원에 낙찰됐다. 부동산 법인 9곳이 경매를 통해 해당 지분을 나눠 사들인 다음 도로를 쪼개 3~4월 동안 개인투자자 143명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거래를 주관한 한 법인 관계자는 해당 물건에 대해 "모아타운 추진 지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동작구 상도동 239-×를 포함한 3개 도로에서도 지분 쪼개기 거래가 90여 건 발생했다. 상도동 239-×필지는 지난해 9월 대상지로 선정된 상도동 242 일대 모아타운 내 도로에 해당한다. 해당 도로 공시가격은 3.3㎡당 402만9300원인데 이보다 4배 웃도는 3.3㎡당 1700만원대에 지난 1월 거래가 이뤄졌다. 올 들어서만 949㎡ 규모 도로에 주인이 11명이나 새로 생겼다. 2022년 10월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중랑구 면목동 63-1 내 도로 필지(65-××)에서도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3.3~14.2㎡ 지분 거래가 27건 발생했다.
강남구 역삼2동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어지면서 역삼동 725-××를 비롯한 11개 필지는 지분 공유자가 449명에 달한다. 모아타운 추진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극심했던 역삼2동은 결국 지난달 서울시 선정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하기에는 개발 여부가 불투명하며, 현금 청산을 받기 어려울 수 있어 투자 시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현금 청산을 기대하더라도 아주 싼 가격에 오래전에 매수하지 않은 이상 일반적으로 소규모 도로 지분 투자는 높은 수익을 보기 어렵고 실제 개발까지 이어질지도 불투명해 위험 부담이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시가 모아타운 사업 투기, 갈등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투기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현금 청산을 노리고 매입했다가 오히려 도시계획시설 도로로 편입돼 수용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익을 보장하며 가치가 낮은 도로 지분 거래를 알선하는 행위는 사기에 가깝다"며 "이 같은 내용을 시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문제 적발 시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분 쪼개기를 막고 투기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권리산정기준일을 당초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결과 발표 후 고시 가능한 날'에서 '모아타운 공모 접수일'로 앞당기고, 투기 의심 지역에서 구청장이나 주민 50% 이상이 요청하면 건축허가·착공을 막기로 했다. 광진구, 강남구 등 자치구도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을 높이는 등 모아타운 신청 기준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