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이륜차 확대" 외치는 정부...정작 배달라이더들은 '외면'

2024-04-16 17:55
배달용 전기 이륜차 구매시 추가 지원금 '20만→30만원'
초기 비용 부담·긴 충전시간 대비 짧은 주행거리 문제점

서울 시내에 오토바이들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배달용 전기 이륜차(오토바이) 구매 보조금 추가 지원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배달 라이더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초기 구매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긴 충전 시간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2024년 전기 이륜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확정했다. 올해 전기 이륜차 4만대 보급을 목표로 세우고 보조금 320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올해는 이용 빈도와 주행거리가 긴 배달용 전기 이륜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 10%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내연기관 이륜차를 사용폐지·폐차 후 전기 이륜차를 구매할 경우, 추가 지원금을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렸다.

서울시도 올해 배달용 전기 이륜차 보급 비율을 총 보급 대수의 25%에서 30%로 확대했다. 배달용으로 이륜차를 구매하면 국비와 시비를 합쳐 10%의 구매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한다. 

또한 그동안 배달용 전기 이륜차를 구매하려면 유상운송보험을 6개월 이상 유지하거나 비유상운송보험을 3개월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가입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6개월 이상 유지한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인정한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 이륜차 보급 확대 총력전을 펼치는 건 소음과 일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작 전기 이륜차 보급 대수는 2021년(1만6858대)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8183대로 1년 전(1만4892대)과 비교해 45% 급감했다. 

문제는 배달업계 라이더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 이륜차로 갈아타기 위해선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충전 시간 대비 주행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전기 이륜차는 내연기관 이륜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적게 들어가지만 초기 구매비용이 10~20%가량 비싸다. 정부의 추가 구매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애초에 가격이 비싸 큰 이점이 없다.

통상 전기 이륜차는 한 번 충전하는 데 2~3시간이 소요되는데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70~80㎞에 불과하다. 한 번 충전으로 3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내연기관 이륜차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배달 라이더는 "전기자동차처럼 전기 오토바이도 한 번 충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주행거리는 많이 짧다"며 "시간이 곧 월급인 배달업계에선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