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쟁점, 박정훈 대령은 수사권 없다?…법령엔 '군 수사' 개념 버젓이 나와

2024-04-16 10:54
[법 조항 살펴보니] '사망사건, 군이 수사 가능?' 1차 쟁점
법 개정 취지는 '재판권' 민간 이양…"수사권" 단어는 안 나와
수사 중 이첩 조항 이어 군‧민간 수사 협력 등 표기 여러 곳
與 "특검 전 공수처 수사결과부터 봐야…정치공세" 지적

이른바 ‘채 상병 특검’ 관련해 군에 수사권 자체가 없다는 여권의 주장은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안을 특검에 맡기자는 게 범야권의 시도란 점에서 여권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달 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2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압박 ‘제1호 카드’로 21대 국회 중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꺼내들었다.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해 윤 대통령까지 수사 범위에 넣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방침이다.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장관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며 “수사 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해병대 수사단이 군내 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이 전 장관에 수사 관련한 직권도 남을 방해할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이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 군사법원법을 대폭 개정해 군내 사망 사건은 민간으로 넘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사망 사고 등에 대한 군 검경의 ‘수사권’을 통째로 민간에 넘긴 건 아니라 '재판권'을 이양한 것이다. '수사권' 용어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사진1>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취지. [자료=법제처, 조문캡처]


16일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군사법원법은 특정한 경우 ‘재판권’을 군사법원에서 (민간)법원으로 넘기기 위해 개정됐다(사진1 참조). 군내 성폭력, 사망 사건, 또 입대 전 범죄 등 3대범죄에 대해 일반 법원이 재판하도록 한 게 골자다(군사법원법 제2조2항).

물론 공소를 제기할 법원이 민간으로 넘어갔으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도 민간으로 이첩하는 실무적인 내용(제228조)이 포함됐다.

그런데 모든 수사권이 다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다. 군 내부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을 군 검사나 경찰이 초동 수사하는 건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즉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사건에 대해서도 군 수사단이 일부 수사할 수 있고, 이 결과를 민간 검찰이나 경찰에 넘기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해석이 가능하다(이는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 측 주장이기도 하다).
 
<사진2> 대통령령의 '수사 공유' 조항 [자료=법제처, 조문캡처]


실제 개정 군사법원법과 동시에 시행된 대통령령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3조를 보면, “군검사, 군사법경찰관, 검사 및 사법경찰관은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의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와 관련하여 협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군검사, 군사법경찰관, 검사 및 사법경찰관은 (민간)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의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사, 기소 또는 재판 관련 자료의 제공을 서로 요청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쉽게 말해 사망사건 등에 대해서도 ‘군의 수사’, 즉 군 수사권 존재를 전제로 한 법 조항들이 있다는 얘기다(사진2 참조).

이 외에도 제7조3항엔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이첩하는 경우 관할 검찰청이나 경찰관서로 관계 서류와 증거물 등을 송부할 수 있다”면서 '서류와 증거물' 등 수사 결과물을 표기했다.

제9조와 10조는 “변사사건이 민간 법원 관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민간 검경에 해당 사건을 인계할 수 ‘있다’”, “검시 때 민간 검경이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등 군 수사단에 주도적 수사권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기도 한다.

즉 국방장관 등이 방해할 수사권 자체가 없다는 주장은 일부 오류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초동 수사에 대한 장관의 지휘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할지는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편 야권의 ‘채 상병 특검’이 밝히려는 건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국방부, 대통령실 인사들의 외압 및 수사방해 여부다. 채모 해병대 상병이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나섰다.

박정훈 수사단장(대령)은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 없었다고 보고 임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임 소장 이름을 뺀 뒤 다시 이첩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이 부분을 특검을 통해 밝히겠다는 것이다. 박 대령은 군 검찰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등은 민주당 등이 특검을 남발하는 점에 대해 비판한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공수처에 고발해 이미 공수처가 당시 국방장관 등을 수사하고 있지 않느냐”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고, 특검 수사 대상에 대통령까지 포함시키겠다는 건 정치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박 대령에 대한 공소 취소 등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전문미디어 아주로앤피의 더 자세한 기사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