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정책 빛본 EV9…도요타·포드도 뛰어들어

2024-04-15 07:24

기아의 EV9이 전기차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초반 수요를 주도하던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할인정책이 올 2분기 들어서도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기아 역시 선제적으로 할인혜택을 높여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부터 북미에서 EV9의 할인규모를 5000달러에서 7500달러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 3월 EV9 구매 할인 혜택을 3750달러에서 5000달러로 확대한 데 이은 조치다. 북미에서 이어가고 있는 EV9의 판매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EV9의 올 1분기 북미 판매량은 4007대로 1월 1408대, 2월 1318대, 3월 1281대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1054대)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EV9이 속한 E-SUV(준대형SUV) 세그먼트는 미국에서 연간 130만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가 높은 차급이다. 미국에는 아직 3열 전기 SUV 모델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동급 경쟁차량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에서 북미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EV9 가격은 7000만~8000만원대인 반면 테슬라 대형 SUV 모델 X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EQS SUV, 리비안의 R1S는 1억원을 넘는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자 주요 업체들이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할인 폭을 늘려 고객 잡기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머스탱 마하E는 올 1월부터 적용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요건에 따라 3750달러(약 500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하면서 미국 내 판매가 50% 이상 줄어들었다. 트림별로 가격을 3100~8100달러(약 414만~1082만원) 인하했고 이 영향으로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7% 급증한 5364대를 기록했다. 

테슬라도 2분기 할인에 시동을 걸었다. 테슬라의 올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다. 1분기 북미 전기차 시장이 5.1%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기존 완성차 기업들과 비교해 불편한 사후 서비스 시스템과 적은 매장 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다양한 신차 출시가 맞물리며 판매량이 역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는 모델 Y 등 주요 모델 가격을 최대 7500달러 낮춰 판매에 돌입했다. 

1분기 도요타의 bZ4X 북미 판매량은 1897대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그쳤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 만큼 리스고객을 대상으로 1만 달러 할인에 나서 고객잡기를 하고 있다. 
 
EV9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