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승리 후폭풍] 임대차법·공시가 현실화 폐지 난항에 규제완화 제동 걸릴 듯
2024-04-11 16:09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걸고 추진해 온 임대차 법, 재건축 규제 완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 등이 모두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통과가 불가능해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민생토론회 후속으로 개정이 예정된 법안 건수는 17건이다. 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은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부동산 시세 반영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로드맵)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조항을 법제화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으로 인해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며 국민의 세 부담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야당의 입장차가 확연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도 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이 현실화하면서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제도 손질을 공언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포함)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웠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임대차 2법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국민의힘도 총선 공약을 통해 임대차 2법 폐지를 공언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문제도 임시 방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징벌적 과세'라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의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부동산 세제를 바꾸려면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또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앞서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언급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폐지' 논의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초환을 완전히 없앨지 추가 완화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의견이 여야 간 첨예한 상황이라 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 불가피하다며 정책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는 만큼 기존 정책의 꾸준한 추진과 함께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이 많은 만큼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주택 공급 등 정부,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가 크지 않은 정책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