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尹 더 겸손해야…이번 결과는 윤석열 정권 오만의 산물"

2024-04-11 01:00
당 관계자 "민심 바뀌게 된 원인에 대통령 책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4월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서 범야권이 200석 안팎을 가져가고, 국민의힘이 참패를 한 원인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오만함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0일 아주경제가 정치 전문가들에게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청취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 국민의힘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선 김기현 지도부의 몰락을 가져온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과 대통령실 사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불거진 '윤·한 갈등',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논란' 등 대통령실 발(發) 각종 리스크가 정권심판론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이 흔들리는 와중에 대통령 리더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자처하며 당 쇄신 작업을 맡았지만, 지도부의 무관심 속 조기 종료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마음도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전직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끌어올린 정권 교체 민심이 2년 사이에 바뀌게 된 것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파 논란과 이종섭 사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낸 게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야말로 거센 민심의 파도가 보여준 공포를 느꼈다"며 "한 위원장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분위기 전환이 되고 본격 선거 운동 시작 전에는 희망이 있었지만 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가지 못한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의 결과는 윤석열 정권 오만의 산물이다. 국정기조를 확 바꿔야 한다"며 "더 겸손하게 해야 된다고 본다. 여소야대 속에서 성과를 내려면 이 방법뿐"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외부 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선거 패배의 원인도 당에 돌리지 본인의 책임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도 선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만한 곳이 (선거 전부터) 많지 않아 보였다"고 했다.

이번 총선 패배로 여권 내부 재편 및 당정관계 재정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한 위원장은 선거에 책임 지고 물러나게 되면서 차기 권력이나 미래 권력 수준의 영향력은 없어질 것"이라며 "이른바 '친한(親한동훈)파'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박상철 정치평론가는 "총선 책임론과 당권을 두고 내분이 생길 것이다. 당정 관계를 두고도 내분이 생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최병천 민주연구소장 역시 "한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참패'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여야 대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 평론가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며 "여야가 싸울 일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도 "4년 전 총선과 달라질 게 없다.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새로 들어오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역시 "지금 정치는 마치 여야 간 대결이 선행돼야만 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며 "정권심판론을 넘어 우리 정치가 타협, 공존, 해결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