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윤석열표 도시재생은 주택 재건축에 초점... 文 '뉴딜'과 다른 점은?

2024-04-09 18:53
윤석열 정부 추진하는 '뉴빌리지'...소규모 정비·편의시설 설치
무조건 아파트 지양… 연립·다세대 주택 들어설 수 있게 지원
문재인 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기존 주택 보존에 주안점
전 정부 뉴딜 공공이 사업 주도… 현 정부는 민·관 합동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주택 재건축 등에 초점을 맞춘 도시재생사업에 속도를 낸다. 단순히 주거 환경 개선을 넘어 국민이 원하는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낡은 주택을 헐고 개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재건축·재개발을 제한했던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기존 주택과 시설물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 시 지역 보전에 치중하기보다 개발을 병행하고 민간 참여도 유도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尹·文, 노후 주거지 개선 필요성엔 둘다 공감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은 노후 주거지나 지역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접근법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은 뉴빌리지다. 뉴빌리지 사업은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빌라촌 등에서 소규모 정비 사업이나 개별 주택 재건축과 주민 편의시설 설치 지원을 연계한 사업이다. 뉴빌리지 유형도 '정비연계형', '도시재생형'으로 나눠 지역 여건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지원한다.

문 정부의 뉴딜정책 시작점도 구도심이나 뉴타운 해제지역과 같은 노후 주거지의 주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점이 찍혀 있다. 뉴딜정책은 총 50조원을 투입해 500곳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살려내겠다는 구상이었다. 쇠퇴하는 지역에 벽화 그림을 그려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으로, 서울 강동구 '강풀만화거리'가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래픽=아주경제]
文 ‘보존’ VS 尹 ‘개발’... 도시재생 접근법 달랐다
윤 정부의 '뉴빌'사업과 문 정부의 뉴딜정책 모두 도시재생을 외치지만 방법은 다르다. 현 정부는 노후 빌라 밀집지역을 무조건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은 지양하고 다양한 다세대·연립 주택이 들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추가 분담금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뉴빌리지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고 규제도 과감히 완화했다. 지자체장이 지정한 '소규모 주택 정비 관리지역'에서 주택은 주택도시기금을 빌려 개량·재건축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50%에 그쳤던 융자도 뉴빌리지 사업의 경우 70%까지 확대한다. 또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 합계의 비율) 법정 상한을 120%까지 상향한다. 

'패스트트랙(신속행정절차)'을 도입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국토부는 이날 노후 저층 주거지 개선 때 인허가 기간 단축과 인센티브 제공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도 주민합의체 구성을 위한 동의율을 100%에서 80%로 완화(자율주택정비사업)하고 통합 심의 분야를 확대할 수 있게 소규모정비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럴 경우 6개월가량 사업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반면 전임 문재인 정부는 철거 중심의 재건축·재개발 대신, 기존 저층 주거지나 시설물을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도로 등 필요한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지역 특징에 맞는 주민 커뮤니티, 문화시설 등을 확충하는 소프트웨어(SW)적인 정책 추진에 집중해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정부 도시재생 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건축과 재개발"이라면서 "전임 정부는 개발보다 보존에만 치중하면서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었지만, 현  정부는 생활 인프라 구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노후도심 주거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 참여 측면도 다른 점으로 분석된다. 문 정부의 도시재생은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윤 정부는 민관이 힘을 합쳐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정비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주민합의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사업 예산을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 정부가 2018~2022년까지 뉴딜사업에 투입한 총 예산 규모는 당초 목표치 50조원 중 12조9000억원(25.8%)에 그친다. 이 중 정부와 지자체가 쓴 예산은 9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70.5%에 달한다.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사업을 주도한 셈이다. 

윤 정부는 연간 1조원가량의 기존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재구조화해 저층 주거지 편의시설 설치에 쓸 예정으로, 향후 10년간 총 10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도시재생은 주거환경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빠르게 입주시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면서 "공공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문 정부의 뉴딜사업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이 되려면 인센티브 등 당근책을 제시해 민간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