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쪽 보조금만으론 '금사과' 막을 수 없다

2024-04-10 07:00

 
사과 과수원에 방상팬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줘도 자부담 금액이 큽니다. 지금 다른 농가들도 묘목 갱신 등으로 비용이 나가는 상황이라 설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사과 가격이 좋지 않은 시기라 그 수익으로 방상팬을 설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과수원 대표의 하소연이다. 사과 냉해를 막기 위해 방상팬 설치가 필요한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방상팬을 설치한 뒤 9년 동안 냉해 피해가 없었다고 효과를 자부하면서도 비용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정부는 현재 1%대인 과수원 내 재해 예방 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대구 사과 농장을 찾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급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육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정부 지원 확대를 공언했다. 

정부 복안대로라면 이번 금(金)사과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냉해 피해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현장을 가보니 정부 계획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기온이 3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상팬 설치 비용은 ㏊당 2000만원 수준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농가는 개당 1000만원 가까이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묘목과 비료, 농약 등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에 수천만 원씩 드는 방상팬 설치는 언감생심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고 향후 더 크게 겪게 될 기후변화를 고려하면 재해 예방 시설 확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후변화는 날씨가 더워진 데 따른 피해와 더불어 잦은 냉해 피해를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금사과 현상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재해 예방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올해 냉해 피해 방지 등 목적으로 한 시설 설치 지원 예산은 따로 없다. 앞으로 반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인데 구체적 추진 계획도 내놓지 않는다. 2030년 보급률 30% 달성 목표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은 농업을 '경제적·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간산업'으로 규정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의무를 지고 있다. 

현행처럼 대부분 부담을 농가에 지우는 식으로는 냉해 대비가 쉽지 않다. 사과 가격도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한 알에 최대 1만원까지 폭등한 가격이 더 오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등골이 서늘하다. 
권성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