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높은 사전투표율=진보 승리?'…역대 총선 결과 분석해 보니
2024-04-09 04:00
4년 전 총선 사전투표율 26.69%…민주당 '180석 압승'
본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번 결과는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치러진 선거(재·보궐선거 제외)에서 지난 대선(36.93%)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아전인수'격 분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독려로 보수가 집결했기 때문"으로 분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권심판을 바라는 민심이 집결했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미 사전투표를 통해 민주당의 후안무치함을 심판하셨을 것이다. 본 투표일에도 다시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통념이 있어왔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6.69%로 사전투표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당시 진보 진영이 가져간 총 의석수는 192석으로 보수 진영(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이 가져간 103석보다 89석 많았다(무소속 5석 제외).
지난 대선에서도 높은 사전투표율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0.73%포인트(p) 차이라는 헌정사상 최소 득표차를 거뒀던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율은 36.93%이다. 당시 이 수치는 모든 선거를 통틀어 '역대급' 사전투표율로 기록된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높았다. 특히 호남(전남·전북·광주)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전남 지역 사전투표율은 41.1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전북의 사전투표율은 38.46%. 광주광역시의 사전투표율은 38%로 각각 기록됐다.
4년 전 총선에서도 전남·전북·광주 지역 사전투표율은 각각 35.77%, 34.75%, 32.18%로 당시 사전투표율이었던 26.69%보다 높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전남·전북·광주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51.45%, 48.63%, 48.27%였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4년 전 총선과 비교해 모두 사전투표율이 상승했다. 서울 지역은 27.29%에서 32.63%로 올랐고, 경기(23.88%->29.54%)와 인천(24.73%->30.06%)에서도 5% 포인트 이상 늘었다.
서울에서 특히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은평·강동·강서·도봉·동대문중·중랑 등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이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은평구 33.35% △강동구 33.80% △강서구 32.95% △도봉구 33.93% △동대문구 31.91 △중랑구 32.01% 등이다. 동대문구와 중랑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전체 지역의 평균 사전투표율보다 높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180석을 가져갔던 2020년 총선에서 은평구의 사전투표율은 27.53%였고 강동구 27.01%, 강서 26.86%, 도봉 25.95%, 동대문구 25.49%, 중랑구 25.44% 순이었다. 해당 지역은 현재 민주당이 현역 의석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사전투표를 애용하는 유권자층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다"며 "예를 들어 소상공인, 학생 등이 사전투표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 유권자층이 대부분 민주당 유권자층과 비슷하다"고 봤다.
다만 대구와 경북 등 과거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지역에서도 이번에는 사전투표율이 올라 통념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여권에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옅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유세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번 총선의 대구 지역 사전투표율은 25.60%, 경북 30.75%로 지난 총선의 사전투표율이었던 △대구 23.56% △경북 28.70%보다 각각 2.04%p, 2.05%p 올랐다.
결국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보다 본투표율이 어느 정도까지 오르느냐가 선거 판세 분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도 "투표율이 65%가 넘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사전투표율은 그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전투표에서 젊은층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좀 더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 투표율과 세대별 투표율이 중요하지 사전투표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