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리 내려도 끄떡없다"…金사과 논란 속 냉해 퇴치 총력전

2024-04-05 13:41
방상팬 보급과 설치로 서리 방지
비용 부담있지만, 정부 50% 지원
미세살수 장치로 냉해·폭염 피해

 
4일 방상팬을 통해 냉해 피해를 막고 있는 상호농원의 모습 [사진=권성진 기자]
"영상 3도면 서리가 내립니다. 낮이든 밤이든 온도가 떨어지면 방상팬이 가동되는데 저렴한 농업용 전기를 사용하니 운영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충남시 예산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박철신 상호농원 대표는 4일 오전 아주경제신문 등 농림축산식품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의 손끝은 사과나무 위 지상 7~8m 높이의 노란색 선풍기 모양을 한 방상팬을 가리켰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8.2% 폭등했다.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금(金)사과 현상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암물한 전망도 나온다. 특히 매년 반복되는 냉해와 병해충 피해가 막심하다. 

박 대표를 포함해 예산군 내 과수원 운영자들은 방상팬과 미세살수장치 설치 등 냉해 피해 방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었다. 

박 대표가 과수원에 방상팬을 설치한 것은 2014년 냉해로 엄청난 손실을 본 직후다. 1.4ha 규모의 과수원에 8대의 방상팬을 설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방상팬은 상층부의 더운 공기를 아래로 내려보내고 공기 순환을 통해 사과꽃에 서리가 내려 어는 것을 막아준다. 박 대표는 "방상팬 설치 이후 9년 동안 냉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산군 내 방상팬 보급률은 1%대다. 보급이 더딘 건 비용 부담 때문이다. 과수원 1ha당 방상팬 설치 비용은 약 2000만원. 온열 방지가 포함되면 500만원이 추가된다. 예산군 관계자는 "냉해는 거의 연례행사지만 비용 부담 탓에 농가에선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예산군의 과수 농가 중 60%가량이 냉해 피해를 입었지만 여전히 방상팬 설치를 머뭇거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국비와 지방비를 활용해 경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방상팬 설치는 자유무역협정(FTA) 기금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항목으로 50%만 자부담하면 된다.  
 
미세살수를 가동하고 있는 내포농원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미세살수 장치 이용 살수법도 주목 받는 냉해 방지 시설이다. 기자단이 찾은 또 다른 과수원 내포농원의 스프링클러에서는 자욱한 물안개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미세살수 방식은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꽃눈(꽃이 될 싹)이나 꽃이 얼지 않게 한다. 임춘근 내포농원 대표는 "해가 뜰 때까지 분무를 하고 있다"며 "냉해 우려가 크지만 (아직은) 상태가 괜찮다"고 말했다.

미세살수 장치는 여름철 폭염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영상 30도가 넘어가면 사과는 생육을 멈추는데 미세살수 장치를 사용하면 4도가량 떨어진다"며 "일소 피해(햇빛에 농작물이 화상 피해를 입는 것)를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적으로 폭염 피해를 막을 장치가 설치된 과수원은 16%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재해 예방 시설 보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는 3대 재해(냉해·태풍·폭염) 예방 시설 보급률을 오는 2030년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가 이뤄지면 재해 피해를 31%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재해 방지 시설 보급률은 냉해 1%, 태풍 12%, 폭염 16%밖에 안 된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30%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