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크릿모드서 수집한 이용자 정보 수십억건 파기

2024-04-02 16:12
집단 소송에 합의…정보 파기하고 정보 수집 사실 알려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이 ‘시크릿 모드(인코그니토·incognito)’에서 수집한 수십억 건에 달하는 이용자 정보를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구글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원고 측과 9개월 이상 된 수십억 개의 이용자 기록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에 일부 구글 이용자들은 구글이 인터넷 사용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홍보했던 시크릿 모드에서 이용자들의 활동 기록을 비밀리에 무단 수집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앞에서는 시크릿 모드에서 인터넷 활동을 추적하지 않는 것처럼 오도하고, 뒤에서는 광고 판매 등을 위해 이용자들을 몰래 추적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 친구, 좋아하는 음식, 취미, 쇼핑 습관 등을 비롯해 매우 사적인 정보까지 모았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아울러 구글이 수집한 데이터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구글과 원고 측은 지난해 12월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었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합의 내용이 확인된 것이다.
 
구글은 합의에 따라 개인 정보 침해 논란이 일었던 이용자 데이터 수십억 건을 파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크릿 모드에서 수집되는 정보 항목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이용자들에게 시크릿 모드에서도 데이터가 수집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 모드를 사용할 때 이용자들에게 제3자 쿠키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데도 동의했다.
 
합의에는 손해 배상이 포함되지 않아 이날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가는 약 2.8% 올랐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개별적으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미 원고 측 변호사들은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사생활 침해 혐의로 50건의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원고들은 애초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을 주장하며 구글이 이용자에게 1인당 최소 5000달러(약 677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용자 측 변호사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이번 합의는 지배적인 테크 기업에 책임과 정직을 요구하는 역사적인 조치”라며 “합의를 통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구글이 몰래 수집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 대변인 호세 카스타네다는 성명을 내고 “낡은 기술 데이터를 삭제하게 돼 기쁘다”며 수집된 정보들이 개인화 마케팅 등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빅테크에 이용자 데이터를 소급해 삭제하도록 강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짚었다. 구글은 이번 집단소송 외에도 여러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 검색엔진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12월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에 패한 앱스토어 수수료 관련 반독점 판결에 대해서도 구글은 항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