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도 못 믿는 '중소 제조업체 열차'...최저가 입찰, 불량열차 낳았다

2024-03-28 17:28
1호선 화재·지연 잇단 사고에 "투입 지양해달라" 공지
업계 "결합 우회적 인정"...비용 논리에 검증 안된 전동차 도입 원인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 A사 신형 전동차가 서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중소 열차 제조업체 A사가 공급한 지하철 1호선 신규 전동차 투입을 가급적 지양해 달라는 공지를 각 지역본부, 철도차량정비단 등 내부 조직에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화재, 지연 운행, 연착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지하철 1호선 안전사고 원인 파악에 따른 후속 조치로 철도차량에 대한 결함과 안전 우려를 코레일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치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신규 열차에서 안전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저가 수주 관행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철도업계에서는 지적한다. 무인고속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고성능 철도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정작 시민 안전을 지켜줄 철도조달시장은 '최저가 입찰제' 논리에 매몰돼 철도산업 경쟁력은 물론 시민 안전까지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중소 열차 제조사 A사가 공급한 1호선 410량 신규 전동차 운용에 관련된 본사 지침'을 내부에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용에 따르면 코레일은 A사가 제작한 차량에 대해 △가급적 투입 지양 △특정 구간 운행 △연속 배차 금지 등 3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코레일은 '○○차량은 가급적 동인천~용산 급행 투입', '병점 이남 구간 투입 금지', '특정 제작차량 연속 투입 금지' 등을 요청한다며, 해당 부서는 차량 운용에 참고해 달라고 했다.
 
코레일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차량 자체 결함이 아닌 가선 과전압 불안전에 따른 문제"이며 "신규 차량인 만큼 구형차와 적절히 배치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코레일이 열차 결함에 문제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선로 전압보다 더 높은 전압이 공급되는 과전압 불안전이 원인이면 해당 구간은 전 차량 운행을 중단해야 맞는 조치"라면서 "특정 업체가 새로 공급한 열차만 콕 집어서 투입을 금지하거나 일부 구간만 운행하도록 하는 것은 해당 열차에 결함이 있음을 암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도권 지하철 열차 사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철도노조가 자체 조사한 결과 이달 9~15일 서울~인천 구간 1호선 열차에서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10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에는 1호선 의정부역과 도봉역, 도봉산역에서 잇따라 열차사고가 발생해 광운대~연천 구간 운행이 지연된 바 있다. 
 
열차사고 증가는 최저가 입찰제를 채택하고 있는 노후 전동차 교체사업의 당연한 귀결이라는 시각이 많다. 코레일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전체 중 40%에 달하는 노후 전동차 1012량을 신형 전동차로 바꾸는 사업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철도시장 낙찰구조가 품질 경쟁력이 아닌 최저가 입찰제를 따르다 보니 사업권 대부분이 기술력 검증이 덜 된 중소업체에 돌아갔다는 점이다. 실제 A사는 문제가 된 지하철 1호선 410량, 일산선 80량을 공급하는 사업자로 지정됐는데 현재 각각 330량, 50량 공급을 완료했고 코레일은 지난해 말부터 신규 열차를 운행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납품한 열차 운행이 시작되자마자 안전사고가 급증했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인식하고 대처 방법을 세워야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중소업체들은 완성 열차 개발 경험이 없어 납품 후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 파악은 물론 차량 인도, AS, 리콜, 신차 교체 등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 논리에 갇혀 품질 경쟁력 입증이 안 된 열차를 우후죽순 도입하다 보니 결국 이로 인한 막대한 비용은 국민과 사회 전체가 치를 수밖에 없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