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기후재원 확보 합의 못한 G20…트럼프 영향?

2024-11-19 13:41
'다자무역 보장' 공동선언문 채택
시진핑 "보호주의 시행 경계해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의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자무역’ 정신을 강조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다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개발도상국 지원 문제에는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미국 대선 직후 열린 G20 회의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존재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G20 사무국은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동선언문 전문을 공개했다. 선언문에는 다자무역 정신을 강조하는 한편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를 위한 협의체 구성, 유엔을 비롯한 글로벌 거버넌스 기관 개혁 노력,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갈등 해결 촉구 등이 담겼다.
 
올해 G20 의장국인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제안에 따라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를 논의해 일부 국가의 반대에도 최종 공동선언문 합의를 끌어냈다. G20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을 두고 비차별적이며 공정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집권 전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한 것이다.
 
다만 G20은 개발도상국의 지구 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에서 모색 중인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G20이 교착 상태에 빠진 기후 회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기후 관련 합의 불발의 중심에는 강경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기후 위기론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상 공동 선언문에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고 브라질 매체 G1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親)트럼프’ 인사인 밀레이가 G20 회의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는 대선 과정에서 기후 위기론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해 왔다. 이는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FT는 아르헨티나는 부유세 과세에도 반대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밀레이는 G20 정상회의 참석 전인 지난 14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비공개 회동을 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재집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시진핑은 이날 G20 연설에서 “인위적으로 글로벌시장을 분열시켜 경제문제를 정치화하는 것,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역에 있어서) 보호주의를 시행하는 것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FP는 시진핑이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두 달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고 짚었다. 또 시진핑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국제 거버넌스 강화도 강조하며 “AI의 발전과 활용은 전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이어야 한다”며 “AI가 부유한 국가들과 부자들의 오락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