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 건국과 헌법정신

2024-03-28 06:40
4.10 총선 기획 (4)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선거가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는 왜 특별한가?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75년이 지난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건국과 헌법정신을 절실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 이전에 있었던가? 선거를 앞두고 건국정신이 계속 이어질지 혹은 북한이 이상형으로 추구하는 그런 국가로 나아가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다. 그만큼 지금 절박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무엇이었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인민민주주의 통제경제 사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이념으로 삼았던 자유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사회는 북한이 건국 이데올로기로 삼았던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내용과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1848년에 발표된 공산당 선언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전략으로 발표된 것인데 그 주된 내용에는 다음 사항들이 포함된다.
- 모든 자본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국유화
- 그 방법으로 높은 상속세와 높은 누진소득세 부과
- 토지, 은행, 교통 및 운송수단, 공장 등을 국유화
- 망명자와 반역자의 재산 몰수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징벌적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건국 당시에도 세계 최고 상속세율을 가진 국가였다. 최고세율 90%. 당시에 미군정에서 조사한 대국민 의식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 중 약 78%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국가체제를 선호했다. 자본주의는 14%에 불과했다. 당시에 상속세는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실천 방법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구해냈다.
 
광복 당시 대부분 국민들은 농업에 종사했고 따라서 경제체제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토지 소유 방식이었다.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제헌헌법의 경제 관련 법 조항들을 깔고 그 상황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단행한다. 이는 북한의 김일성이 시행한 농지개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농지개혁법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무상몰수·무상분배 토지 국유화를 예로 들었다. “공산제도는 토지를 인민에게 분배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빼앗아서 정부가 대지주가 되고 농민들은 다 소작인이 되어 정부에 바치기만 할 뿐이니, 지주 땅을 경작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지 못하고 속박을 받는 것이니, 전에는 부호의 노예였던 것이 지금은 정부의 노예가 되었으니 무슨 차별이 있으며 농민 생활에 아무 도움도 없을 것입니다.”
 
남한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기 몇 개월 전에 농지개혁법안이 통과되었다. 남한의 봉건식민을 타도한다는 6·25전쟁은 명분을 잃었고, 남한 농민들이 북한에 동조하지 않고 자유 대한민국을 택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나아가 토지개혁으로 토지를 갖게 된 농민들의 자발적 중노동과 창의력이 결합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나라 헌법에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실시하는 통제경제 조항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1954년 소위 ‘사사오입개헌’이라 불리는 개헌에서부터 자유시장경제체제로 전면 개편하는 ‘경제해방’이 시작됐다. 그 내용은 경제체제의 중점을 국유·국영의 원칙에서 사유·사영의 원칙으로 바꾸고, 천연자원과 산업의 국유·공유 조항을 삭제하며, 사영기업의 국공유화를 금지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비로소 건국정신을 바로 세워 나갈 수가 있었고 이것이 현재 우리 헌법의 근간이다. 헌법정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자유, 인권, 법치, 시장
-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통일전략
- 기회 균등과 능력 발휘 촉진
-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
- 자손의 안전, 자유, 행복
 
이 헌법정신이 문재인 정부 이후 크게 훼손되었고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건국정신과 헌법정신을 거부하는 정당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은 100억원 이상 재산에 대해서는 슈퍼리치 부유세를 도입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90%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바로 공산당 선언의 실천강령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당이 출현했다. 진보당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로 사라진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한다고 한다. 이를 발판으로 또다시 국회 입성을 추진하려 한다. 정당해산 후 꼭 10년 만에 다시 국회에 입성할 것이 예상된다. 이들과 자매 당임을 선언한 민주당이 한 패가 되어 원내 진입을 도우면 민주당 또한 현재보다 훨씬 좌클릭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원내에 진입하게 되면 예전처럼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보안담당 경찰 명단을 요구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철도·항공·물류 등에 대한 상세자료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디로 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국회는 친북단체와 반북단체가 맞붙어 싸우는 곳이 된다. 진보당뿐 아니라 다른 자매 정당들도 따라 들어가면 민주당 성격까지 바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총선은 또 다른 6·25전쟁이다. 좌와 우의 이념전쟁이다. 사생결단의 전쟁이다. 아름다운 경쟁? 그런 건 없다.
 
한쪽은 전쟁을 하자는데 한쪽은 사이좋게 지내자고 한다.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중도 타령이다. 예전에 민주당에 소속되었거나 소위 좌파 정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대거 입당하여 하루아침에 우파 정당의 후보로 만들었다. 우파 정당에 들어와서는 우파 가치를 강조하는 후보들을 공격한다. 이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보다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것이 더 강조되어 보도된다. 이들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것이 있었던가? 당은 좌파들에게는 관대하고 우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였던 후보들은 비난한다. 그들이 지역구에서 경선을 거쳐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를 핑계로 사상 검열을 하는 당내 보위부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전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패배를 논하는 그런 한가한 때가 아니다. 상향식 평등을 추구했던 영국과 스웨덴의 길로 가느냐, 하향식 평등을 추구했던 그리스나 아르헨티나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중도는 없다. 야당 대표가 말한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는 것을 믿으면 야당을 선택하면 된다. 아니라면 여당을 선택하면 된다. 이런 이념 싸움에서 상대를 정확하게 규정하고 드러내야 싸워볼 수 있다. 스스로 전선을 무너뜨리면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전선의 혼란이 지배한다. 베트남이 그래서 망했다. 2차 대전 후 중국이 그래서 공산화되었다. 전선이 모호하면 우리 편끼리 싸우게 된다. 지금이 그런 상태가 아닌가? 헷갈리지 말고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중도 타령하며 모호하게 하다 패한 선거가 2020년 선거였다. 내가 선택할 당과 후보가 어느 입장에 서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당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내가 선택하는 당과 후보가 어느 입장에 서 있나
한·미 동맹 : 미군 철수
자유 지향 : 평등 지향
   개인 중심 : 집단 중심
시장 주도 : 국가 주도
기업 우선 : 노동 우선
상속세 폐지 : 상속세 강화
책임과 의무 : 복지와 권리
 미국과 함께하자 : 중국과 함께하자
일본을 닮은 사회 : 중국을 닮은 사회
희생이 따르는 이기는 전쟁 : 희생이 없는 양보하는 평화
미국과 일본과 한패가 되어야 : 중국과 북한과 한패가 되어야


좌측 항목이 옳다 싶으면 여당을, 우측 항목이 옳다 싶으면 야당을 찍으면 된다.
 
산토끼들을 쫓아 산으로 갔더니 산토끼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산으로 간 사이에 집토끼들이 우리를 벗어나서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모으려면 우리를 다시 보강하고 이 우리 안에서 안전하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전쟁에서는 네 편, 내 편만 있지 중도 편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 2024년 총선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지난 3~4년간 직접 실시한 조사에서 60대 이상과 2030 남성은 우파 정당 지지자들이다. 4050과 2030 여성은 좌파 정당 지지자들이다. 인구는 좌파 정당 지지자들이 더 많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서 투표율이 높다. 그래서 박빙이다. 투표장에 누가 더 많이 나가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투표를 통해서 좌파 이념을 가진 정당이 선택된들 어쩌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할 것은 정당도 혹은 그 정당 후보도 지향점을 분명이 해야 한다. 내가 선택할 정당이나 후보의 이념적 모호함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게 만든다.
 
당과 후보들은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들은 현명하게 판단하여 투표하자. 내가 어느 당 후보의 입장에서 서야 하는지.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방치하면 그것들은 종종 우리를 바꾸곤 한다.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