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행동주의 펀드·주주제안… 개미들 지지 못받고 잇따라 '부결'

2024-03-26 18:00
금호석화 주총서 박철완·차파트너스 '자사주 소각 정관 변경안' 등 고배
행동주의 펀드, 삼성물산에 무리한 배당 요구…남은 KT&G 투표 등 촉각

 

행동주의 펀드와 주요 주주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바람을 타고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대부분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무리한 배당 요구, 입맛에 맞도록 경영진 변경 요구 등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안건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기업 주주총회 시즌에 큰 관심사로 꼽혔던 주주제안 대다수가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보유 자사주 100%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건을 주주제안했다.

이들은 금호석유화학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될 우려가 있고, 이사회가 매번 100%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는 등 독립성이 결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9%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1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는 안건을 올렸으나 2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들의 현금배당 요구는 7364억원 규모로, 이사회 안보다 76.5%(3191억원) 컸다. 자사주 매입 요구까지 더하면 1조23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측은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을 주주환원에 사용할 경우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다고 맞섰다.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자사주 취득 규모가 과하다고 판단해 '반대' 의견을 냈다.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쓸 돈이 있다면 사업에 투자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부결됐다. 

같은 날 열린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 펼쳐진 표 대결도 최대주주 측의 승리로 끝났다.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도록 한 안건을 올렸으나 26.6%로 부결됐다. 김 대표 측이 제안한 △차등적 현금 배당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 등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남은 주총들도 표 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총에서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과 사내이사인 대표뿐 아니라 사외이사도 이날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사외이사를 놓고 KT&G 이사회는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 기업은행은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후보로 제안했다.

지분율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 기업은행은 방 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역시 반발하고 있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 ISS도 KT&G 관련 보고서를 통해 회사 추천 후보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방 후보의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해 표 대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워졌다.

같은 날 주총이 예정된 JB금융지주는 얼라인파트너스와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주주로, 이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JB금융 주주들에게 이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