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총재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선거판 등장에 시끄러운 한은
2024-03-26 07:00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의 길목에 서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17년 만에 '이자 있는 삶'을 선언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끈적한 물가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속에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내수 진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후보의 페이스북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건설경기를 살리고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문구와 함께 이 총재 집무실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사진을 내걸었다.
게시글은 더 아연실색하게 한다. 김 후보가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요청하자 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나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한국은행에 주어진 의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총재가 김 후보 공약에 동조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처럼 혼동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 후보가 한은 중립성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기에 초접전 양상인 선거전에 한은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투쟁해 온 한은 노동조합은 당장 '한은을 총선용 선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며 들고 일어섰다. 취업 규칙을 어긴 이 총재의 처신도 꼬집었다.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당선을 위해 금리 인하 요구를 하는 총선 후보에게는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면담 등 일말의 여지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은 내외부에선 이 총재가 지향해 온 '소통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이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고독한 절간 한은사(寺)'를 탈피해 "시끄러운 한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새로운 한은의 모습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통에 집중한 나머지 법정 업무인 물가·금융 안정 역할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금은 통화정책 딜레마가 큰 시기다. 고금리에 장기간 노출된 만큼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반면 자칫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한다면 부채 버블이 터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통도 물가·금융 안정에 도움이 될 때라야 빛을 발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후보의 페이스북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건설경기를 살리고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절실하다"는 문구와 함께 이 총재 집무실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사진을 내걸었다.
게시글은 더 아연실색하게 한다. 김 후보가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요청하자 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나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한국은행에 주어진 의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총재가 김 후보 공약에 동조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처럼 혼동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 후보가 한은 중립성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기에 초접전 양상인 선거전에 한은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투쟁해 온 한은 노동조합은 당장 '한은을 총선용 선전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며 들고 일어섰다. 취업 규칙을 어긴 이 총재의 처신도 꼬집었다.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당선을 위해 금리 인하 요구를 하는 총선 후보에게는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면담 등 일말의 여지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은 내외부에선 이 총재가 지향해 온 '소통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이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고독한 절간 한은사(寺)'를 탈피해 "시끄러운 한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새로운 한은의 모습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통에 집중한 나머지 법정 업무인 물가·금융 안정 역할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금은 통화정책 딜레마가 큰 시기다. 고금리에 장기간 노출된 만큼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반면 자칫 섣부르게 금리를 인하한다면 부채 버블이 터질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통도 물가·금융 안정에 도움이 될 때라야 빛을 발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