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AI 특수 누린 '이곳'...도메인 '.ai'
2024-03-25 07:37
영국령 앵귈라 도메인 '.ai'...한 해 수수료 수입 '430억원'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주가가 뛰고 관련 산업이 각광받는 가운데 뜻밖에 특수를 누린 나라가 나왔다. 바로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앵귈라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AI붐이 예기치 못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앵귈라에 가져다줬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국가 코드 도메인이 '.ai'인 영국령 앵귈라는 최근 인공지능 열풍 속 ai라는 코드를 도메인에 쓰고자 자국에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늘어 뜻밖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국가 코드 도메인이란 URL 끝에 오는 알파벳 두 글자다. 한국은 '.kr', 일본은 '.jp'인데 앵귈라는 '.ai'였다. 수십 년 전 인터넷 보급 초창기 국가별 도메인 배정 때 우연히 정해진 이 코드로 앵귈라는 예상외 행운을 누리게 됐다.
앵귈라는 홈페이지 주소를 '.ai'로 등록하려는 기업들에 수수료를 받아 큰 수익을 올렸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X.AI'도 '.ai'를 도메인을 받으려 한다면 앵귈라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NYT에 따르면 총인구가 1만6000명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3200만 달러(약 430억원)를 도메인 수입으로 챙겼을 정도다. 엘리스 웹스터 앵귈라 총리는 "어떤 사람들은 이를 횡재라고 부른다"며 "우리는 그것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셨다고 부른다"고 NYT에 전했다.
우연히 생긴 수입은 관광업에 의존하는 앵귈라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섬나라는 2017년 허리케인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관광객이 뚝 끊겨 나라 경제의 큰 타격을 입었다. 웹스터 총리는 지난해 도메인 수입으로 올린 수백만 달러를 70세 이상 시민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고 학교와 직업 훈련 센터를 짓는 데 투자했다고 밝혔다.
웹스터 총리는 이 수입을 활용해 공항 시설을 개선하고 스포츠 부문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자국민들의 해외 의료 진료 비용을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내다봤다.
한편 국가 도메인 코드로 특수를 누린 또 다른 사례로는 앵귈라 외에 호주 북동쪽 투발루가 있다. 투발루는 자국 코드 '.tv'를 캐나다 기업에 5000만 달러에 팔아 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장학금을 만들어 유엔 가입에 활용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