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네이버 지금 살때" vs 외국인·기관 "상승 요인 없다"

2024-03-22 06:00
개인투자자 올들어 1.4조 순매수

 
"빠질 대로 빠졌다(개인투자자)." VS "주가 상승 요인이 없다(증권사 등 기관)."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 네이버 주가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좋았지만 야심차게 내놓은 인공지능(AI) 서비스 브랜드 '클로바'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며 존재감을 찾아 보기 어렵고, 종전 플랫폼 사업에서 다져 놓은 입지도 중국계 이커머스의 물량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네이버 주식 1조400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1위다. 개인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자 처분하고 네이버를 대거 사들였다.

개인과 달리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하고 있다. 기관은 1월 1462억원, 2월 4199억원을 순매도했고 이달에도 2470억원 규모를 팔았다. 외국인은 1월 순매수를 보이다 2월, 3월 각각 3929억원, 4440억원을 팔아치웠다. 주가도 우하향세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31%다.

네이버 주가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선언한 '네이버 3.0'의 성장동력 중 하나인 AI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가 발표한 '전 세계 생성형 AI 사용량' 순위에서 1위는 오픈AI의 '챗GPT', 2위는 구글 '제미나이'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아직 클로바X, 큐: 등이 베타 서비스 중인 만큼 소비자의 호응도 적은 데다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에 특화된 점을 장점으로 꼽지만 영어만 지원하던 과거와 달리 해외 기업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적극 제공하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본업인 커머스 플랫폼 사업도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시장 진출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까지 올라왔다.

이달 미래에셋증권은 중국 이커머스 고성장에 따른 커머스 부문 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31만원에서 2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장기적으로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전개해 플랫폼 경쟁이 심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