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물류센터 강화 경쟁...국내 기업도 알리 공세에 '맞불'

2024-03-22 06:00

11번가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인 '슈팅셀러'를 시작한다. [사진=11번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 구축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맞대응에 나선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오픈마켓 판매자들까지 대거 흡수할 우려가 있는 만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인 '슈팅셀러'를 시작한다. 풀필먼트란 기업에서 재고 보관부터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반품까지 물류 서비스 전반의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오픈마켓 판매자는 11번가 ‘슈팅배송’ 익일배송 서비스를 통해 바로 다음 날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11번가는 기존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됐던 익일 배송 범위를 오픈마켓 판매자까지 늘려 편의성을 더한 동시에 물류 부담을 줄였다.

11번가는 슈팅셀러 외에도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주문의 물류 대행이 가능한 ‘멀티채널’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자가 입점해 있는 판매 채널들의 주문정보를 11번가가 자체 개발한 WMS(창고관리시스템)와 연동해 판매자의 물류를 일괄 전담하는 방식이다. 다수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는 판매자들은 11번가를 이용하는 것으로 별도의 물류 창고 없이 슈팅셀러를 이용하는 것 만으로도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물류 서비스 전반을 일원화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행보는 중국의 거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최근 투자 계획과 연관돼 있다. 최근 알리는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풀필먼트 확보에 나섰다. 2억 달러(약 2632억원)을 투자해 올해 안으로 총 18만㎡(약 5만4450평) 대규모 물류창고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풀필먼트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에서 판매하는 상품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기업 경쟁력이 강화는 물론 국내 오픈마켓 판매자들까지 대거 이탈할 우려가 있다. 이미 수수료 면제라는 정책을 앞세우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물류 인프라까지 갖출 경우 개인 오픈마켓 판매자들 유치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알리의 적극적인 행보에 맞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지난해 3월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그로스'를 도입했던 쿠팡은 올해 대규모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이달 말까지 2024년 상반기 오토메이션 직군을 공개 채용하며 물류설비 보전을 담당하는 오토메이션 부문에서만 역대 최대 규모인 8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전국에 걸쳐 최첨단 물류 인프라를 지속 확대함에 따라 오토메이션 관련 우수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기술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G마켓은 지난 3월 초 오픈마켓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스마일배송 저온 물류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냉장·냉동 제품 익일배송을 시작했다.

저온 물류센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오픈마켓 판매자들도 보다 편리하게 스마일배송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일배송 저온센터에 입고된 상품도 일반 스마일배송 상품과 동일하게 익일배송 시스템이 적용됐다. 

G마켓은 현재 냉동 상품을 대상으로 저온센터를 가동, 상품을 입점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냉장 상품까지 영역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스마일배송 저온 상품의 가짓수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소비자들의 편의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이커머스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판매자들을 위한 효율적인 물류 운영을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는 계속해서 고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