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묻지마 지지는 정치를 병들게 한다

2024-03-21 09:30

 
[사진= 노희진 동양 시스템즈 고문]

총선이 보름 정도 남았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안갯속에 있는 민의가 확인된다. 이 사회를 더 맑고 밝게 만들기 위한 보편적 책임감을 정치가들이 갖게 만드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각 당이 제시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사탕발림 정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 공익적 단체나 기관에서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그럴 듯한 정책이라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경우에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정책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보면 이해 당사자인 의사의 정책 수용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노동 개혁은 노동자, 연금 개혁은 연금 수혜자, 교육 개혁은 학생이 이해 당사자일 것이다. 이해 당사자가 새로운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을 어떻게 잘 설득하느냐가 정책 실행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치가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는 신뢰자산이다. 정치가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 때 공약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가 민주당 대표로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주요 이슈에 대해 이렇듯 가벼이 입장을 바꾸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기 쉽고 공약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이 어려운 전력을 지닌 인물들이 민주당을 숙주 삼아 국회에 뒷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북, 한·미 동맹 반대, 재벌 해체 등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이런 통로로 국회에 들어와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우려된다. 이러한 통로를 만들어 준 민주당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국방, 산업 등 중요한 정보가 이러한 국회의원을 통해 넘어가서는 안 될 곳에 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남북한 간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의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을 모의하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10년 만에 부활할 기회를 얻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22대 총선의 비례대표 당선권에 그 후신인 진보당에 3석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원 없이 진보당 단독으로는 국회 입성이 어려울 것이다. 진보당은 한·미 동맹 해체, 한·미 연합 훈련 반대, 재벌 해체, 대폭 감군 등을 주장한다. 최근 적발된 제주, 창원, 민노총 간첩단 사건에도 진보당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민주당은 진보당의 국회 진입을 돕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을 고민해야 될 다수 야당인 민주당이 종북 반미 세력이 활개 칠 수 있는 국회 공간을 열어 주어 안보 불안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조그마한 둑의 구멍이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국가의 안보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국가의 온갖 기밀을 손댈 수 있는 국회의원 자리에 이러한 전력을 지닌 정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이러한 인사들이 국회에 진입해 반국가적 행동을 하면 이재명과 민주당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유독 이번 선거에서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선거 후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고 심각한 비리나 반국가 전력이 있는 자의 국회 진입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음 국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는 감소하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는 심화될 것이다. AI의 발전으로 사람과 로봇의 역할 분담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다양한 모델 개발에 관한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잠재적 오용 방지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비리 인사들을 배제하고 필요한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에 진출시키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묻지마 지지보다는 잘 따져 보고 투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의 수준은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