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철도 여행과 지역경제를 위한 철도역과 차량기지의 변신
2024-03-19 05: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철도역이나 차량기지가 여행 모빌리티와 지역경제의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와 비행기는 모두가 선호하는 모빌리티 수단이지만 대량 수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탄소 배출로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수단이다.
최근 들어 EU는 사람들이 여행할 때 철도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철도를 정비하고 오래된 역을 개조하고 있다. 남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북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이르는 철도 노선과 역들이 정비되고 있다. 내용에는 역사의 편리성 증대, 시설 용도 복합화, 다른 대중교통과 환승 연계, 공원화, 주변 지역 개발 촉진 등이 포함돼 있다.
최근 철도역 리모델링 흐름을 살펴보면 철도역과 차량기지를 덮어 상부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는 역으로 갈라졌던 지역 단절 문제를 해결해준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오래된 중앙역을 개조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쉽게 환승하고, 150년 된 건물 외관을 보존하면서 선로 상부에 데크를 덮어 녹지 공원길을 추가해 철도로 끊어진 양쪽 동네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철도역이나 차량기지 상부가 입체복합 건물단지로 변신하고 있다. 미국 맨해튼의 웨스트와 허드슨 야드, 프랑스 리브고슈 등은 인공 데크를 조성해 하부에 철도를 유지하면서 상부를 복합용도 건물들로 개발했다. 서울시는 수서 차량기지의 약 8만7000㎡ 가용부지 위를 덮어씌워 복합 건축물을 짓고, 하부는 철도기지로 유지하는 입체 복합화 계획을 수립 중이다. 경기도 판교 등지에서 서울로 유턴하는 IT기업 등 첨단업무기업을 주로 유치하면서 주거·공공·상업·철도시설 등을 적정하게 배분할 예정이다.
민간의 수익 시설이 들어서면서 개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수익 시설로는 판매, 호텔, 오피스, 산업단지, 주택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입지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이 중에 대규모 판매 시설은 많은 차량 진입으로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고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형마트인 오샹이 6억5000만 유로(약 9428억원)를 투자해 150년 된 파리 노르역을 리모델링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교통 유발을 이유로 부결됐다. 결국 5000만 유로(약 725억원) 규모의 줄어든 제안으로 대체됐다.
디지털 조명 기술 발달로 철도역은 지역의 조명 문화 발신기지 역할을 한다. 기술이 새로운 조명 옵션을 만들어내면서 철도역 건물 자체가 지역 특성을 표출하는 조명문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더구나 지하에 있는 역사도 지하라는 이미지 대신 조명 문화를 위한 캔버스가 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지하철역의 'Sky Below'는 지하 터널에서도 지상 하늘보다 뛰어난 24시간 조명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리모델링 기획 단계부터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런던 유스턴역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회사는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움직임을 재현한다. 건축가와 엔지니어는 이를 통해 실제 데이터로 구상하고 있다.
전철은 탄소 배출 없이 한번에 많은 사람을 수송하는 효율적인 대중교통 모빌리티 수단이다. 미래 모빌리티로 부상하는 자율주행차나 하늘로 다니는 UAM은 한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발 수요가 충분한 철도역이나 차량기지는 지속 가능성과 철도 이용률을 높이면서 대중교통 환승과 지역 경제 성장을 꾀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