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연이은 인사 잡음에 힘 빠지는 쇄신 동력

2024-03-17 15:06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 [사진=연합]
카카오의 인적 쇄신 작업이 막바지 난관에 부딪혔다. 급기야 그룹 내 준법·신뢰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카카오는 이달 말 열리는 주총을 통해 경영진 새판짜기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 짓는다. 이대로라면 카카오가 그간 주장해 온 기업 혁신은 결국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8일 제주도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비롯한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 등을 선임한다.
 
이후 카카오 이사회는 기존 7인에서 8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새로운 사내이사에는 정 내정자 외에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장,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 신임 대표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업 전환과 기업 문화 개선 작업 전반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권 위원장은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위험성 관리, 조 실장은 법조 관련 영역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차경진 한양대 경영정보시스템전공 교수와 함춘승 피에치앤컴퍼니 사장이 올랐다.
 
카카오는 주총 이후 완벽한 정 신임 대표 중심의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문제는 쇄신 작업 막바지에 다양한 인사 잡음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모두 바꾸며 고강도 쇄신을 이어가는 듯했다. 이는 앞서 김범수 창업자가 강조했던 ‘사명까지 바꿀 각오’라는 혁신 방향성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며 혁신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갈등을 빚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방향을 강조했던 카카오의 지침에도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카카오의 차기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선임하면서 터졌다. 그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인 2021년 8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70억원대 차익을 거둬 '도덕적 해이'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가 쇄신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회전문 인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준신위가 직접 나서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평판 문제 해결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명진 전 그라운드X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복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가 그라운드X와 크러스트에서 CFO를 맡았던 당시 ‘코인(가상화폐) 먹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에서 CA협의체 전략위원회 사무국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타비상무이사, 카카오게임즈 기타비상무이사 등의 자리를 꿰찼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고강도로 진행되던 카카오의 인적 쇄신이 막판에 들어서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라며 “이대로라면 결국 ‘회전문 인사’라는 오명에서 자유롭게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