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명 순직' 문경 화재…꺼놓은 화재수신기·현장관리 부실이 참사 키웠다

2024-03-13 13:07
소방청, 13일 경북 문경 순직 사고 합동조사 결과 브리핑

김조일 소방청 차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지난 1월 경북 문경에서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육가공공장 화재사고는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 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화물질에 대한 현장 상황은 구조대원들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했고,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수신기 경종을 강제로 꺼둔 것도 사고 발생 신고를 지연시켜 참사를 더 키웠다. 
소방청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북 문경 순직 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가 구조 작업 도중 건물 내부에 고립돼 숨을 거뒀다.
소방청은 사고 직후 외부 전문가, 현장 대원, 소방노조 등 25명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5일까지 한 달여 동안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왔다.
합동조사위 조사 결과 불은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오후 7시 35분쯤 처음 시작돼 상부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인해 쌓여 있던 식용유가 발화점(383도)이상으로 가열됨에 따라 반자(천장을 가려 만든 구조체)를 뚫고 천장 속과 내부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로 정지시킨 것도 사고를 키웠다. 이날 화재 역시 3층까지 번진 후에야 공장 관계자가 화재 사실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당시 건물 안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으나 이들이 대피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위해 건물 양방향으로 진입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 4명이 인명 검색을 위해 출입문을 개방했으나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아연·불소 코팅을 한 강판 사이에 충진재를 넣어 만든 것) 구조 때문에 불이 빠르게 번진 가운데 공기가 유입되면서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했고 구조대원 4명 중 2명이 건물 내부에 고립돼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원 안전 확보를 강화하고 샌드위치 패널 등 위험 구조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장 대원의 대응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하는 한편 현장 대응·안전관리 필수정보를 신속히 전파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현장 무전 통신 기능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건축구조·시설물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대상물 관리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한다. 또 화재 위험이 큰 식용유 취급 기계·설비는 제조 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강화하도록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하고,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안전 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강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원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동료구조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신속동료구조팀(RIT)을 동시에 편성하고, 인력 충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소방안전교부세를 안정적으로 확충해 최고 성능의 장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김조일 소방청 차장은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세세하게 살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