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출산율 회복에 성공한 독일의 비결 …한국 엄마들 솔깃할 정책 다 있었다
2024-03-13 06:00
“독일 출생률 반등은 가족부의 가족정책과 사회보장제도, 교육제도, 조세제도, 지방자치제도가 조화롭게 기능하면서 숲과 나무의 생태계 이치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수백조 원을 투입하고서도 출생률이 나빠지는 원인은 숲 전체 생태계를 멀리하고 나무만 보고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독일 마르부르크(TABOR)대 사회복지학과와 베를린 신학연구센터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미선 박사의 진단이다. 그는 또 연일 세계 초저출산율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한국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유튜브 방송에서 말했다. 평화통일 이후 1994년 구동독 지역 출산율은 오늘날 우리와 비슷한 0.77명이었다. 지속적인 가족친화·출산정책으로 2021년 구동독 지역을 포함해 독일 전체가 1.58명까지 상승한 것이다. 우리의 2배다. 특히 독일 출산율 반등은 최근의 4가지 정책, 즉 여성의 일과 육아 양립, 부모수당, 아빠의 육아 참여, 그리고 돌봄 제도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
독일에서 출산율 반등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강조한 숲과 나무의 ‘일석오조론’인 입체적인 정책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독일 출산율은 크게 4가지, 즉 직접 돈·사회복지 지원, 교육제도, 조세제도, 특히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연방국가의 지방자치제도 역할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반등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투입하는 재정은 국가 예산 가운데 3.24%로 우리 예산의 2배를 넘는다.
먼저 독일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크게 4가지 직접 지원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산모와 아이에 대한 법적·경제적 지원, 일과 육아 양립을 위한 사회노동정책, 보육·교육을 위한 지원과 인프라, 미혼·비혼 여성의 출산에도 일반 가정처럼 동일한 지원 등이다. 먼저 산모와 아이를 위한 법적·경제적 지원이다. 이는 필자가 독일 유학 당시 직접 경험한 것이다. 독일은 1980년대 초 출산장려정책을, 반면에 우리는 1995년까지 출산제한정책을 폈다. 우리 지도자들이 글로벌 트렌드와 거시적 안목이 부족해 1차 인구절벽이 시작되었다. 1986년 필자 아들이 독일 본(Bonn)시에서 출생했을 때 외국 유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출산장려금으로 매달 600마르크(한국 한 달 월급치)와 우유 값으로 50마르크를 받았다. 당시 중도우파인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가족친화사회’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레이건 미국 대통령, 대처 영국 총리와 달리 신자유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했다. 또한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그는 ‘동독 퍼주기’를 강화해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평화통일의 주역이라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가 또 아이 친화 사회를 위해 도입한 아동수당은 오늘날도 18세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매월 250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둘째, 일과 육아 양립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중요한 3가지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부모시간’ 및 ‘부모수당’ 도입과 정부의 돌봄 지원 등이 출산율 반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시간은 아이를 위해 부모 1명당 3년까지 무급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세 번에 거쳐 휴직할 수 있다. 이어 아빠의 육아 참여를 법적으로 규정했다. 부부가 1년 2개월간 육아휴직(유급)을 사용할 수 있는데 2개월은 남성 몫으로 의무화했다. 2023년 아빠의 육아휴직 기간은 두 달(8.7주) 넘는다. 이어 ‘부모수당’이다. 출산 이후 14개월 동안 실질소득 65%(저소득층 100%)를 최대 월 1800유로(약 258만원)까지 지원한다. 법적인 육아휴직기간 3개월을 포함해 부모수당은 최대 3년 동안 휴직기간에 제공한다. 이 기간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 ‘부모수당 플러스’가 적용돼 부모수당 급여의 반을 받지만 급여기간은 2배로 연장된다. 정부는 또 직장 내 돌봄센터 운영(중소기업 연합 등)과 가족서비스 제공에 대한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셋째, 보육·교육을 위한 돌봄 시스템 구축이다.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섯 살 전까지 다니는 독일 유아원·유치원이 오후 4시까지 전일제로 운영한다. 1996년부터 3세 이상 모든 아이들은 유치원 자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또한 종교계 역할로 독일의 거의 모든 교회·성당(4만5600개)이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육아와 돌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필자 아들도 대학이 운영하는 유아원과 천주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녔다. 2003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전일제 학교가 운영하는 돌봄 체계를 도입하였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는 전일제 학교 비중은 2020년에 71.5%로 증가했다.
또한 독일 저출산율 반등에 교육제도 등 간접적인 인프라가 튼튼하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먼저 교육제도에서 독일은 ‘4무(無)' 국가다. 입시지옥, 사교육비, 대학등록금이 없고, 학교폭력이 거의 없는 사회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 합의하에 대학등록금이 없고, 중산층 이하 대학생들에게 ‘바펙’인 생활장학금을 월 100만원씩 무이자로 지급하고 있다. 교육에 돈 걱정이 없는 사회다.
또한 서민층 등 누구나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러 복지제도와 조세제도가 발달했다. ‘아이보조금’은 저소득 가정에 아동수당 외에 수입과 자산 규모에 따라 추가 지원하는 돈이다. 이들에게 아이가 25세까지 1명당 최고 292유로를 지급한다. 홀로 양육하는 한 부모에 대해서도 아이보조금을 지급한다. 한 어린이가 18세까지 매월 평균 300유로 이상을 받는다. 나아가 서민층에게 집세·생활비 보조에다 기타 일회성 보조 등 촘촘하게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고 있어 아이 키우는 데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 아이가 있는 부모는 세금이 감면된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데 돈 때문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서다. 독일은 또 이민국가로 변신하면서 이민자 출산율이 독일 원주민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독일 전체 국민 중 4분의 1이 이민자 출신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고학력과 이른바 페미니즘 여성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박사는 “독일 정부의 저출산 대응정책 자체만으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는 성숙한 지방자치와 전국 균형 발전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일은 ‘전국 어디서나 잘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지역 청년들이 베를린 등 수도권으로 갈 필요가 없고 고향에서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는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출산율을 반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네 박자’가 맞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먼저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정책으로 초저출산 반등을 내걸고 혁명적인 전환을 단행한다. 서울 강남 지역 출산율이 0.4명대이기 때문에 ‘서울공화국으로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중앙권력을 대거 지방정부에 이양하고, 독일의 부모시간과 부모수당 등 어린이 친화 가족에 통 크게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로 기업, 종교, 학교, 이웃들이 함께 어린이 보육과 교육에 참여한다. 과거 대가족 시절에는 가족이 어린이를 돌보았지만 이제는 사회공동체가 함께해야 가능하다. 셋째, 반려견보다는 어린이 입양과 돌봄을 사회적 규범으로 드높이는 언론의 공공캠페인과 사회지도층의 선행이 필요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어린이 2명을 입양했다. 마지막으로 나 홀로 아이 키우는 엄마와 아빠, 아이가 있는 이민자들이 ‘영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천사이고 함께 양육하고 보육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것이 선진국이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정치학·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00회 이상 특강한 유명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