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 드러났다…감사원, 교원·학원 관계자 56명 수사 요청

2024-03-11 15:40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의혹 관련자 포함
중복 출제 미적발 등 교육과정평가원 부당 처리도 확인

감사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는다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에 대한 혐의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들을 수사해 달라고 올해 2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사 기관에 요청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 수·증재 등이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의혹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앞서 대형 입시학원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감사원이 파악한 경위를 보면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Too Much Information(TMI)'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다.

대학교수 A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하며 TMI 지문을 알게 됐고, 이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며 TMI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다.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던 유명 강사 B씨는 TMI 지문 원래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9월 말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부정 행위로 인해 '1타 강사 모의고사 판박이' 논란을 야기한 수능 영어 23번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평가원 영어팀은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증을 부실하게 해 TMI 지문 문항이 수능에 중복으로 출제되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들어왔는데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 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