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땐 기업 타격…ICT 집중 지원해야
2024-03-11 11:26
원화가치 10% 하락때 영업이익 0.46%포인트↑
ICT 0.11%포인트 상승 불과…수익성 악화
대규모 기업집단 영업이익률 0.29%포인트 하락
ICT 0.11%포인트 상승 불과…수익성 악화
대규모 기업집단 영업이익률 0.29%포인트 하락
산업연구원이 11일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 절하는 국내 제조업의 기업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한국 정책 금리는 3.5%이며 미국 정책 금리 5.5%를 기준으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2%포인트다. 올해 주요국의 금리 정책도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금리 변동으로 원화 가치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 원·달러 환율 방향성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개선돼 영업이익률·노동생산성 등 성과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수입 중간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에 산업연은 환율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환율의 변동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국내 제조업 기업의 수출입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 영업이익률은 평균 0.46%포인트, 노동생산성은 0.81%포인트 올랐다. 2021년 기준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함에 따라 제조업 기업 중 약 73%에서 영업이익률이, 67%에서 노동생산성이 개선됐다.
김태훈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수출 제품의 가격 하락, 가격경쟁력 개선 등으로 인한 매출 효과가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연은 제조업 내 산업군을 기계장비·소재부품·ICT로 세분화해 환율변동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원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소재부품 산업군의 영업이익률은 0.4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ICT 산업군은 0.1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ICT 기업들의 경우 수입재 가격이 오르자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규모 기업집단은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에 대한 매출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게 보였다. 다만 수입비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의 가치가 10% 떨어지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점차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제품의 수출 가격 하락을 통한 매출 증대와 같은 매출 효과가 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산업연은 산업의 특성과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화 가치 하락이 유의미하게 영향을 주는 산업군은 ICT 이므로 해당 산업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환율과 관련된 원자재, 중간재 등의 수입 비용 상승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기업의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간재 수입 비용 상승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는 기업집단이 자체적으로 환율변동의 영향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환율의 급격한 상승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히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이에 대한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