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EU 칼춤에 떠는 글로벌 빅테크...공정위 '플랫폼법' 제정 가시밭길
2024-03-07 05:00
애플 역대급 과징금, 메타·MS 등 전방위 압박
초강력 규제 DMA 시행까지, 무력시위 이어져
국내 플랫폼법 제정 놓고 업계 반발 거세질듯
초강력 규제 DMA 시행까지, 무력시위 이어져
국내 플랫폼법 제정 놓고 업계 반발 거세질듯
유럽연합(EU)이 애플에 2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빅테크 규제에 열을 올리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플랫폼 경제의 독과점 행태를 방지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나라 밖 소식에 잔뜩 긴장한 국내 업계의 반발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의 초강력 빅테크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현지시간)부터 본격 시행된다.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EU 경쟁당국은 중국 바이트댄스를 모회사로 둔 쇼트폼(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각각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외에도 EU는 MS가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문제 삼아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를 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움직임은 규제 당국과 빅테크 기업 간 더 넓은 싸움의 시작을 의미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플랫폼법도 지배적 사업자 지정을 통한 통제라는 점에서 DMA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제외된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반칙을 막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입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플랫폼 혁신을 저해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황.
공정위는 플랫폼법 규제 대상에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포함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업계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해외 사업자의 한국 매출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도 약하다는 게 국내 업계의 반론이다. 일례로 지난 2011년 구글이 검색 엔진을 스마트폰에 선탑재한 것을 두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2년 뒤 무혐의 결론이 난 바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 기업도 국내 유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우려가 확산하는 중이다. 해당 업체는 매출과 점유율 측면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아 플랫폼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들의 발을 묶는 사이 해외 사업자들에게 국내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지정 기준이나 지정 제도도 포함해서 대안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