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래 교육에 대해 김종우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은 '양질의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국의 교대와 사대를 종합 교원 양성 체제로 개편한다면 무엇보다 교원 양성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과 교원을 '임용하는 교육청'이 비정상적으로 분리돼 있다"며 "교육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양성과 임용을 일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임용시험이 지나치게 전공역량평가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개편해 양성 기간 전체의 다양한 학습 내용과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의 영역을 학령기 대상의 '학교 안 교육'을 넘어 평생교육을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 밖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총장으로 부임 후 4년 정도 지났다. 학교 운영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한국교원대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종합 교원 양성 대학이다.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학령기의 정규학교 '교사' 양성을 넘어 모든 유형의 교육을 담당할 '교육전문가' 양성으로 대학 기능을 확장하는 일에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교원의 양성과 연수라는 기존 핵심 역량을 감당하면서도 종합 교원 양성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고자 했다. 임기 중 '장애인 체육중고등 특수학교'를 유치했고, 유보통합에 대비해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영유아 교육연수원'을 설립했다. 에듀테크 분야의 확장에 대비해 'AI-EduTech 융합교육센터' 설립 예산을 확보했다. 사회 변화에 맞춰 종합 교육 연수원과 대학원 운영을 다변화하고 유연화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한국교원대 학생 선발 기준은? 총장께서 생각하는 현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한국교원대는 교육 분야의 전문가, 즉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사람을 양성하는 곳이어서 신입생으로부터 단순히 학업성취도 이상의 다양한 자질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협업을 통해 해결되던 많은 부분이 여러 디바이스의 도움으로 홀로 해결할 수 있게 된 현대사회에서 구성원들의 파편화는 중요한 추세 중 하나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에게 중요한 자질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공감하고 화합하는 역량이다. 교사(교육전문가)는 인간적 유대를 통해 점점 더 삭막해진 사회를 재인간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신입생 선발에서 이러한 역량과 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가 가파르다. 학령 인구 급감에 비해 교대나 사범대 숫자도 많지 않나?

"우리 사회는 지금 교원의 감축 요인과 확대 요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가 교원 감축 요인이라면 미래 교육 수요에 대한 대비는 교원 확대 요인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최근 진행되는 교원 수급 관련 논의는 확대 요인에는 눈을 감고, 감축 요인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미래 교육은 지금까지의 교육과는 그 방식과 내용에 있어 너무 많이 달라 역량을 갖춘 신규 교사 충원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AI 디지털교육 강화와 특수교육의 확대, 기초학력 강화 교육과 다문화 이해 교육, 환경생태 교육 등은 새롭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다. 하지만 단지 학령 인구가 줄어드니까 교원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 논리만 앞세워 학령 인구 감소라는 단일 요인을 중심으로 교사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래 교육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므로 교원 수급 계획을 짤 때 저출생이라는 감축 요인과 미래 교육 대응이라는 확대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교대·사범대 정원을 대폭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선 교대와 사범대를 통폐합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와 같이 교사가 과잉 양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성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학령 인구가 줄어드니 당연히 양성 정원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목적형 교원 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한 양성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차원에서 감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적정 인원을 미리 예비 교사로 선발해 현장 연계성과 연구 역량을 갖춘 좋은 교사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 교육대학을 단지 일반종합대학 내 사범대학에 통합하는 건 교사 양성의 목적을 간과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따른 것이다. 교사 양성이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가 일반대학 운영과 같은 마인드로 접근돼서는 안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왕의 법적 근거(고등교육법 43조 종합교원양성대학)를 활용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통합한 광역종합교원양성대학 체제로 개편해 초등과 중등교사 양성 인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여전히 사교육 카르텔이 심각한데, 우리나라 입시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사교육 시장은 일반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공교육에서 다 담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생겨난 것이다. 사교육 시장을 단지 카르텔 혁파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교육 카르텔을 공교육 발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해야 한다. 다양한 자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고치지 않는 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는 잘 외우는 역량 위주로만 치러지는데, 이런 입시 제도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대학별 심층 면접을 강화해서 사교육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역량, 즉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는 등 최근 교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며, 해결 방안은?

"교권 침해는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화해 그렇다거나 교사들의 대응이 미숙해서 생긴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사의 기본적인 자질이 대단히 뛰어나다.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는 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학생 개인의 역량 강화를 더 중시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고, 이런 체제 속에서 잘못된 생각을 가진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데서 생겨난다. 교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일반의 인식을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교육청과 학교가 학부모의 지나친 민원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에게 과감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분리해 민원을 학교 전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단순 민원 제기자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교육청(교장)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교대와 사범대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같은 전문대학원 체제로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이 경우 따르는 문제점은?

"교사 양성을 로스쿨 방식으로 운영되는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는 건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 교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 현장 연계 역량과 연구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교사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변화와 교육 환경의 변화는 교사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소양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로스쿨 유형의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는 교사 양성 교육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게 돼 교원 역량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오히려 축소하게 된다. 현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학부 교육 과정을 교직 기초 소양과 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쪽을 대폭 개편하고, 교육 과정을 1~2년 더 연장해 각각 1년(6개월)간의 현장 연계 강화 교육(교육실습)과 연구 역량 강화 교육(논문 작성)에 투입해 석사 수준의 교원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업 연한을 연장하는 부담이 따르겠지만, 대다수 교원이 임용 후 대학원 과정을 따로 이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대·사범대 개혁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개혁은 '교원 양성의 목적성 유지'와 '교육 과정과 교육 내용 다양화'를 동시에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4년간 전국 단위 혹은 4개 권역(수도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영남권) 단위의 종합 교원 양성 대학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해 왔다. 종합 교원 양성 체제는 197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채택돼 지금은 모든 나라로 확산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40년간 종합 교원 양성 대학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어 시행착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종합 교원 양성 체제로 개편한다면 무엇보다 교원 양성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육 과정과 교육 내용의 다양화는 인근 종합대학과 전과 또는 부복수전공이 가능한 수준의 긴밀한 연합대학을 구축해 담보해 낼 수 있다. 교육대학을 인근 거점 종합대학과 통합하는 방식은 종합대학 내 사범대학의 현재 위상을 고려할 때 교원 양성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일부 교육대학이 거점대학에 통합됐거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수도권과 충청권 교원 양성 대학만이라도 종합 교원 양성 대학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과 2024년 우리나라 교육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현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미래 교육의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고민을 병행해야 하는데, 하나는 '교육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양질의 교원을 양성'하는 일이다. 우선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의 영역을 학령기 대상의 '학교 안 교육'을 넘어 평생교육을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 밖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저출생 시대에는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와 국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세상으로의 순조로운 전환을 위해 학교 안 교육을 넘어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교육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양성과 임용을 일체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과 교원을 '임용하는 교육청'이 비정상적으로 분리돼 있다. 교사임용시험이 지나치게 전공역량평가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개편해 양성 기간 전체의 다양한 학습 내용과 활동을 평가해야 한다. 교원 양성 대학은 이미 4년간 학생들의 모든 활동에 대한 기록을 체계화하고 있어 대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방법과 절차가 어려운 상황도 아니다."
        
-총장으로서 2024년 한국교원대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세 가지 방향으로 종합 교원 양성 대학으로서 대내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첫째, 학령기 학교 교원의 양성과 연수라는 핵심 업무를 내실화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교육전문가 양성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자 한다. 이를 위해 특수교육, 유보통합교육, 평생교육 체제 구축에 관심을 강화하고, 진행 중인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둘째,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미래 교육 교원 양성 과정을 내실화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현장 연계 역량과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유·초·중등 간 통합 교육과 전공 간 융·복합 교육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셋째, 종합 교원 양성 체제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교원 양성 대학 간 통합을 통해 광역 종합 교원 양성 대학 구축을 추진하고자 한다.

<김종우 한국교원대 총장 약력>
△1962년 8월 7일생 
△현(現)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1985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사 
△199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 박사
△2006~2020년 학국교원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
△2010~2011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사무총장
△2015~2018년 한국교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의장 
△2016~2018년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공동회장
△2017~2018년 교원양성대 교수연합회 부회장
△2019년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부회장
△2022년 충북지역총장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