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갑진년, 대한민국! 승천하세용(龍)]산업계, 글로벌·신사업에서 길을 찾아라

2024-01-01 05: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초청 오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등 전략을 벤치마킹해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주요 기업들이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글로벌 무대를 향한 도전과 혁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정치 권력 대이동,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고금리 시대 등 각종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새로운 성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선 임직원들이 개척 정신의 DNA로 철저히 무장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성공에 대한 경험만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이에 업계는 신재생 에너지, 로봇, AI(인공지능), 모빌리티, 바이오 등 각종 신사업 진출은 물론 중동, 인도, 남미 등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통해 압도적인 '퍼스트 무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미국, 유럽 넘어 중동, 남미, 인도 등 글로벌 2.0 시대 개막
미국, 유럽 등을 넘어 중동, 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갑진년을 맞아 기술 초격차를 통한 '뉴 삼성' 도약 의지를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기술 경영' 의지에 따라 모바일,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엔진 육성을 위해 신사업 발굴에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성장 정체에 빠진 글로벌 매출 구조 다변화를 위해 중남미, 인도, 중동 등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UAE(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스위스, 미국, 일본,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영국, 네덜란드 등 9개국을 방문하며 신시장 개척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영인들과 만나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2나노(㎚·10억분의 1m)를 통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나노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2025년 2나노 양산 계획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에 2나노 양산과 동시에 압도적인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TSMC를 격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가동을 시작하는 미국 테일러 공장과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기술 협력, 빅테크 고객사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이 같은 전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인도, 남미 등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중동 지역을 '글로벌 삼성을 위한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해왔다. 최근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의 보고(寶庫)"라며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UAE에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네옴시티' 등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시장 강화를 위해 이집트 베니 수에프주에 6000㎡ 규모로 스마트폰 공장을 설립한다. 최근 중남미 거점 지역으로 꼽히는 에콰도르에도 B2B 솔루션 거점 센터를 개소했다. 에콰도르를 비롯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중심 국가를 중심으로 B2B 전략을 강화해 중미·북미 등 신흥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DS(반도체)부문은 효율화를 위해 소재부품센터를 신설하고 파운드리, 메모리 제조 담당 분야에서 반도체 주요 8대 공정 외 소재·부품 ·분석기술·계측(MI) 기술 연구 부서를 통폐합했다. 시스템LSI사업부도 3개 사업팀 체제로 전환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DX부문(디바이스 경험)은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생활가전사업부 내 IoT(사물인터넷) 조직인 서비스비즈그룹을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 디바이스플랫폼센터와 한국영업총괄로 재편했다. 10년 후 삼성전자를 책임질 미래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새로 꾸렸다. 삼성전자와 관계사들 간 사업 시너지와 그동안 삼성이 발굴하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찾아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모빌리티 시장에서 '게임체임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현대차는 300억 달러, 기아는 200억 달러 수출로 반도체를 제치고 국내 수출 1·2위를 꿰찼다. 올해는 이같은 성과를 공고히하고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투자 규모도 더 늘릴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 싱가포르에 구축한 스마트 도심형 모빌리티 허브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다. HMGICS는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인간 중심 제조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전기차를 연간 3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도 놓칠 수 없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구축 중이다. 생산능력은 30만대 규모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글로벌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도 생산거점을 구축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1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제너럴모터스(GM) 인도공장을 인수한 바 있다. 공장 증설, 전동화 전환 등 작업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LG]

◆재계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고정관념 허들 넘어야"···새 먹거리 고민에 빠진 총수들
글로벌 시장 개척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 확보도 당면 과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치열한 경쟁 현장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수준'을 넘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 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고객 경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들기 위해 임직원들이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구 회장은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가치들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WOW'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고, 미래 고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적 가치는 고객에 대한 마음에서 싹트고 끊임없는 시도로 결실을 맺는다"며 "차별적 고객 가치는 이미 우리 DNA 안에 깊이 자리해 있는 만큼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새해 주요 성장동력으로 'ABC(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 집중 육성 방침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AI·데이터 분야에 3조6000억원, 바이오에 1조5000억원, 클린테크에 1조8000억원 등 약 7조원을 투자해 해당 분야에서 신사업 발굴 기회를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AI는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바이오는 LG화학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톱30 제약사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클린테크 분야에선 바이오 소재,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탄소 저감 기술 등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정신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추격자로서 제품을 싸게 대량으로 잘 만들어 돈을 벌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을 해왔지만 지금은 세상의 도전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이라며 "고정관념을 깨고 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상당히 큰 위너(승자)가 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은 효율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한다. SK에너지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를 통합하고, 전략 본부를 신설했다. SK지오센트릭과 SK엔무브는 사업화 단계에 돌입한 울산 첨단 재활용 클러스터(ARC) 전담 체계를 통해 성과 창출에 주력한다. SK온은 제조, 연구개발(R&D), 수익성 등 3대 축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SK바이오팜은 프로젝트 중심인 조직 체계를 통해 효율성을 도모한다. SK바이오팜과 미국 현지 연구 중심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간 공동연구를 확대하기 위한 'Global R&D Committee'를 신설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해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적극 대비한다.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는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고대역폭 메모리(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를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