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일손·노동 규제에…'로봇팔' 찾는 기업들 늘어난다

2024-02-29 05:00
주요 생산 공정에 잇달아 투입
품질 높이고 안전사고도 막아

인력난과 노동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 중후장대 기업들이 주요 생산 공정에 로봇을 잇달아 투입하고 있다. 장기 작업과 미세 작업에 특화한 로봇이 본격적으로 침투하며 제품의 품질도 높이고, 작업자의 안전 사고도 막으면서 로봇을 접목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광양 양극재 공장에 HD현대로보틱스 로봇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과거 포스코ICT와 현대로보틱스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은 적은 있지만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산업에 실물 제품이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공장에 투입된 제품은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로봇인 'HS220'다. 양극재를 구성하는 핵심광물 가루를 반죽하고 나면 최고 1000도의 온도로 굽는 소성 공정에 투입된다. 핵심광물인 리튬이 수분에 민감한 탓에 반죽을 담는 도가니는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데, 이를 HS220가 대신하고 있다.

소성 공정은 양극재의 생산 단가와 고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으로 오차를 줄이는 게 관건으로,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가 양극재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런 로봇은 배터리 업계가 처한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성 등 배터리 주요 공정은 24시간 내내 이뤄지는 작업으로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고, 교대 근무도 필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터리 업계 인력은 약 9400명으로 수요 대비 700명가량 부족한 실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생산 셀에 로봇을 들이기 시작했다. 최근 개소한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공급을 시작하면서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이 공장에서 전장 부품 자동 집중검사 등을 담당한다.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는 다품종 유연 생산 방식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다. 다품종 생산 공정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로봇 투입으로 인건비를 상쇄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도 로봇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라스트마일서비스기획팀에서 스마트 물류 시스템에 필요한 자율주행 로봇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 물류란 물품을 로봇팔이 스스로 분류하면, 이를 자율주행 로봇이 실내외를 오가며 직접 나른다는 개념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물류현장에서 로봇 투입은 인력관리의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근로제 시행, 구인난 해소, 노동규제, 노동 강도, 장시간 노동, 산재사고 등의 리스크 해결을 위해 무인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준비를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로봇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로봇 투입이 '일자리 뺏기'보단 인간과 상생하는 보안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에서 사가를 교체하는 HD현대로보틱스의 로봇 [사진=포스코퓨처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