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조각투자 시장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2024-02-29 06:00

사진=최연재 기자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정부는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을 마련할 때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의 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 덕분에 은행, 보험, 증권, 자동차 등 이른바 ‘저PBR’주로 분류되는 업종은 기존 대비 30% 이상 올랐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왔다. 덕분에 코스피는 가뿐히 2600선을 넘기며 개인투자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사이 조각투자 업계는 공매도 금지와 밸류업 프로그램에 밀려 금융당국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4월 총선 이슈에 밀려 무기한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시선 역시 총선에 쏠려 있어 조각투자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당해 상반기에 제출하고, 2023년 혹은 2024년 말에는 토큰증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융위의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토큰증권 산업 개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투자업계는 기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2030년까지 16조 달러(약 2경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기대치와 달리 현실은 답보 상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말에야 발의됐다.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각투자업계와 증권사들이 보고 있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예탁결제원을 통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고, 조각투자사가 한국거래소 장내로 들어와 상품 매매를 할 수 있다.

조각투자 발행을 기반으로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비용 수십억 원을 들여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당국의 침묵에 무기한 대기 중이다. 신고서를 언제 제출하면 좋을지 눈치만 보고 있다. 업체들의 사업 추진과 신고서 발행은 더딘 편이다. 현재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비금전신탁수익증권(부동산·음악)만 장외 거래를 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는 지금까지 단 3건만 나왔다.

조각투자업계, 증권사, 기관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 특히 미술품 조각투자는 민법상 소유권 이전에 문제가 있다며 장내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 법령 개정과 시행으로 전자증권 등록 서비스가 가능해져야 해소된다.

조각투자 시장 활성화와 토큰증권 시대 도래는 국회와 금융당국 의지에 달려 있다. 현재 증시 부양처럼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