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4월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
2024-02-26 11:00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CF 광고를 게재했다. 횡령·금품수수와 같은 금융사고는 물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까지 벌어지자 이와 같은 슬로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괜찮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연체율이 7% 턱밑까지 치솟아 금융당국이 긴급히 점검에 들어갔다.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태영건설도 지난해 9월 회사를 향한 위기설을 '황당한 루머'로 치부했고, 같은 해 연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우려에는 '낭설'로 일축했다. 더욱이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하루 전까지도 정해진 바 없다며 배짱을 부린 바 있다. 현재까지도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정리는 원활하지 않고, 워크아웃 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의 행보는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혼란을 일으킨다. 더 나아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4월 총선을 기점으로 한국 경제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은 위기설의 진원지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는 상당수 정리되는 중이고, 정부가 잘 관리해서 PF가 질서 있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인다.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4월 위기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위기설은 8월 지나면 9월, 9월 지나면 10월 위기설 식으로 계속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과거에도 안심하라는 메시지 속에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인 위기 또는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IMF 당시 김영삼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위기론을 잠재웠고, 당시 경제학자들도 장밋빛 전망만 내놨다. 금융위기 때에도 잇따른 위기설은 한낱 '괴담'으로 여겼다.
최근 한국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과거 위기와 견줘도 상당히 위태롭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충격 이후 기업대출·채권 등 빚이 크게 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레버리지)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124.0%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과거 외환위기(1999년 1분기 113.7%)와 금융위기(2009년 3분기 99.6%) 때보다 웃돈다. 특히 부동산업 대출 레버리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무려 308.6%에 달한다.
이렇듯 당장 수면 위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쌓인 부채는 언제 어떻게 우리 경제를 위협할지 모른다. 당국은 시장의 우려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패를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시장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