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재매각 계획 못세운 산은...신규사업 열 올리는 해진공
2024-02-26 09:39
HMM의 매각이 최종 무산된 지 20여 일,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재매각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HMM 민영화가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여전히 주인 없는 기업으로 남아있는 HMM은 새로운 글로벌 해운동맹 구축과 컨테이너 해운시황 악화라는 숙제를 두고 큰 고심에 빠진 상황이다.
◆ 존재감 부각에 총력인 해진공
25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해진공은 국적 해운선사 매입을 위한 컨소시엄 구축을 진행 중이다.
HMM과 함께 1500억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FI) 참여를 계획했다가 지난 1월 철회한 국적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 인수가 목적이다.
컨소시엄에는 기존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에 더해 해진공, HMM이 참여하며 여기에 현대코퍼레이션이 새로운 투자자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규모는 △해진공 600억원 △HMM 300억원 △현대코퍼레이션 500억원 △우리PE 700억원이며, 여기에 약 1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일으켜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진공이 HMM 민영화 이후에는 존재감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는 만큼, 재매각 추진 전까지 공사의 주력 사업인 HMM 지원을 대체할 신규 사업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진공은 HMM의 매각 무산이 결정되기 전날인 5일에는 현대글로비스와 자동차운반선(PCTC) 4척을 대선해주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진공이 PCTC 4척을 신조해 현대글로비스에 20년간 대선해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진공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 온 한국형 선주사업의 일환으로 해진공은 선사를 지원하는 역할에서 직접 선주사로 해운업계에 뛰어들게 된다. 업계에서는 공사가 선주사의 역할을 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선가가 내려가면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재벌기업 지원에 공사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지적이다.
◆ 계획없는 산은, 새 동맹 찾기 난항인 HMM
산은은 당장 재매각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불황기 초입이라고 분석되는 해운시황으로 인해 하림과 같은 6조원대를 제시할 국내 기업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며, 당초 HMM 매각을 위해 접촉한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등도 HMM 인수를 거부하거나, 이를 검토할 상황이 못 되기 때문이다.
산은 측은 “아직 재매각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인데, 앞서 사모펀드(PEF)의 인수 참여에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인 산은의 태도로 인해 조 단위의 M&A(인수합병)를 재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HMM은 당장 실적악화 국면과 동시에 새로운 해운동맹 구축을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2배 이상 뛴 2109.91p(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HMM의 실적개선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HMM의 경우는 실시간 운임을 적용하는 스폿계약이 아닌 연 단위의 전용선 계약으로 운영되는 선박이 많으며, 홍해 사태 이전부터 이들 전용선이 새 계약에 따라 운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일회성 호재에 따른 운임 상승이 HMM의 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새 동맹 구축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장 내년부터 HMM이 포함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서 가장 높은 선복량을 자랑하는 하팍로이드가 탈퇴하지만, 이를 대체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만의 선사 완하이(WAN HAI)가 유력한 대안으로 언급되는데, 완하이의 합류가 하팍로이드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팍로이드의 선복량이 200만 TEU(1TEU는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인 것과 비교해 완하이는 약 52만 TEU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팍로이드와 완하이의 선복량 차이만큼 디 얼라이언스의 경쟁력도 하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