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HMM에 지원금 펑펑...업계 "누굴 위한 공적자금인가?"

2023-06-08 05:00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진공 공적자금이 공사 이익 추구, 개인 회사 경영권 지키기 등에 투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해진공이 혈세를 투입한 선박 매입 사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정작 국적선사가 해외 자본에 매각될 상황을 두고서는 계산기를 두드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해진공이 HMM과 거래한 금액은 7223억87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거래 금액 중 33.4%에 달하는 수치다.

HMM에 출자한 자금의 원금 상환 금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며 현금 배당금만 586억원이다. 이 밖에 유가증권 이자수익 등을 통해 402억원을 받았다.

거래액뿐 아니라 해진공의 지원금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진공이 2018년 7월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HMM에 지원한 금액은 3조5190억원으로 전체 지원 금액인 6조7507억원 중 52%를 차지한다. 이 기간 해진공 지원을 받은 기업은 총 99곳인데 HMM에 3조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 나머지 기업들은 330억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소 선사 지원에 대한 지적을 받은 해진공이 내놓은 대책은 2016년까지 지원금을 2500억원 규모 마련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어렵게 전달된 지원금이 해양산업 진흥보다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됐으며 해진공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21년 해진공이 폴라리스쉬핑을 지원하기 위해 매입한 약 500억원 규모 영구채가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됐다는 지적이다.

해당 자금은 김한중·한희승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폴라에너지앤마린의 자회사 폴라리스쉬핑에 지원된 금액임에도 이 돈이 지주사에 대여금 방식으로 흘러들어가 두 회장을 위해 사용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폴라리스쉬핑 매각을 앞두고 진행된 회계감사에서 대주주의 대여금으로 분리돼 있다. 즉 국내 해운사를 지원한다고 출자된 돈이 개인의 필요에 의해 쓰인 셈이다.

당시 해진공 측은 대여금이 어떤 식으로든 폴라리스쉬핑에 도움이 됐으며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인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해진공이 지난해 말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선주사업을 두고도 잡음이 나온다. 원칙 없는 지원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해진공은 지난해 12월 KSS해운이 보유한 3500t(톤)급 탱크선 3척을 매입하면서 선주사업에서 첫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공사가 이 선박을 매입에 앞서 발표한 '케미컬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가 도마에 올랐다.

해당 보고서는 내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요 둔화로 소형 케미컬선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해운사가 향후 동북아 역내 거래 둔화와 장거리 항해 수요 증가가 맞물려 케미컬선 대형화 추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해진공 스스로 내년 이후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선박을 보고서 발표 후 3개월 만에 매입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폴라리스쉬핑 사태와 비슷하게 공사가 KSS해운의 가치가 떨어진 선박 매입을 위해 혈세를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해진공이 해운업계 입장에서도 다소 의문이 드는 사업에는 혈세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국적 선사가 해외 자본에 매각될 위기에서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사진=한국해양진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