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그나마 낫다…넋 놓고 있던 저축은행·캐피탈 '비상'

2024-02-21 18:05
"PF 부실 충당금 더 쌓아라" 2금융권 향한 당국 압박
캐피털 지난해 9월 말 기준 충당금 이미 1조3000억원
저축은행업권 충당금 충격에 도미노 적자 기록 중
일부 저축은행 손해 감수하면서 NPL 매각 고심 중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으로 제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업황이 어려워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금감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2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금융권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PF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저축은행 6% △A급 이하 캐피털 5% △AA급 캐피털 2% 등으로 아직 낮은 상황이다. PF 부담이 많은 저축은행, 캐피털은 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캐피털사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조3000억원 넘게 더 쌓았다. 4분기 적립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훨씬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을 가결산 했을 때 흑자였지만 당국의 요구에 충당금 기준을 맞춘 결과 적자로 돌아선 곳이 많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저축은행의 경우 당국이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토담대)을 PF에 준해 충당금을 쌓도록 관리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축은행업권의 토담대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해당 대출에 대한 충당금이 1.5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토담대를 PF 대출 수준으로 취급함에 따라 일반 대출로 취급했을 때보다 충당금을 약 50% 늘려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업권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미 충당금 적립에 따른 적자는 현실화된 상태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대부분 적자로 돌아섰다.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KB저축은행 9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 491억원 △하나저축은행 132억원에 달한다. KB저축은행은 지난해 연간 기준 브리지론 대출자산 1831억원 가운데 54.61%에 해당하는 1100억원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했으며 이에 4분기에만 830억원, 연간 기준으론 137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금융지주 계열사가 아닌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저축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의 PF 대출을 끼고 있는 2위 저축은행사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을 뛰어넘는 규모의 충당금을 쌓게 될 것으로 보인다. OK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PF 대출채권 규모는 1조311억원이다. PF 대출채권 규모에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른 건전성 분류별 적립률을 대입하면 예상 충당금 합계는 최소 1137억8600만원이다. 저축은행의 연간 경영공시는 오는 3월 말 외부로 공시된다.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사는 이미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연간 기준 순손실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부 저축은행에선 충당금을 적립해 순손실을 키우기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NPL을 매각해 리스크를 털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 연체율을 낮추고 부실 규모만큼 쌓아뒀던 충당금을 자산으로 다시 되돌려 놓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