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산 파상공세에 한국 수출·내수 시장 살엄음판
2024-02-20 19:15
-내수 부진에 해외 시장에서 사활 거는 중국 기업, 곳곳에서 충돌-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작년 자국 경제성장률이 5.2%다. 전망치(5% 내외)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특히 외부에서는 이를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올해도 비슷한 5% 정도의 성장을 예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글로벌 예측기관은 기껏해야 4% 중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내수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숨은 뇌관인 경제 주체들의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연초부터 대출을 확 풀면서 빚내서 빚을 갚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고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시한폭탄과 같다. 각종 경기지표가 계속 악화하고 있어 민심 달래기에 급급, 초조한 기색이 만연하다.
반면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라고 불리는 미국 경제는 의외로 고공행진이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는 여전히 붐이고 이로 인해 물가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제조업 호황에다 고용률마저 오름세로 3년 연속 과속성장을 하고 있다. 불투명성이 잔존하고 있다지만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 미국 기업의 수익률 호조세가 바람을 타면서 중국 기업과 희비가 엇갈린다. 증시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미국 상장 기업의 비율은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중국 상장 기업의 점유율은 2015년 20%에서 최근 10%로 반 토막이 났다. 주가 폭락으로 중국 개미들이 상하이 증시 폭파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나온다. 중국 사회주의가 내세운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가 공염불로 전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궁지에 몰린 중국 기업의 행보다. 시진핑 3기 정부가 경제성장의 기치로 내건 ‘쌍순환(雙循環)’ 정책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력으로 중국 정부가 성장의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구상이 맞아떨어지려면 우선 내수가 촉발되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 결국 출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부동산 버블과 소비 침체로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산업 현장에서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딜레마가 설비와 과잉과 이에 따른 공급 과잉이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구조 조정을 유도하게 되고, 한계에 다다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해외에서 수요를 찾아야 한다.
‘공동부유’·‘쌍순환’ 뒷전, 대응책 보이지 않는 한국 수출·내수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의 침투를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중국과 협업을 서두른다. 생존을 위해서는 적과 동침도 불사하는 배수의 진을 친다. 심지어 중국 내수 시장 한계에 부딪힌 ‘C-커머스’라고 불라는 중국의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이 소위 ‘쩐(錢)해전술’로 미국 시장을 비롯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어 긴장감이 팽팽하다. 돈이라는 막강한 화력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초토화해 나가겠다는 저의가 엿보인다. 관련 인프라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어 중국 상품에 이어 유통망까지 내줄 수도 있다는 공포감으로 국내 유통업계가 살얼음판이다.
살려는 방편으로 해외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공격 대열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우리 기업의 대응이 부실하기 그지없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하다. 단지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력 수출시장에서 중국산의 파격적인 침투에서 시장을 하나하나씩 내어주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내수 시장마저 중국 상권에 유린당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 중이다. 올해 들어 1월 수출이 반짝 증가하였지만, 2월 들어 주춤하면서 심상치 않다. 수출시장과 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동시에 전환기적 사고로 수출을 늘려나갈 수 있는 전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때야말로 민·관이 원팀이 되어 지혜를 짜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