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딜레마'에 대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2024-02-13 17:00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중국과 한국의 교류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오가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서로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세태 변화다.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객이 현저히 감소하는 중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후퇴하고 있고, 중국에 상주하는 한국인이 급감하면서 현지 한인 상권이 파리를 날린다. 한때 10만 명이 넘든 베이징과 상하이 거주 한국인 수가 10% 수준인 1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19에 더해 갈수록 중국에서 우리 기업 혹은 상품의 설 자리가 좁아진데다 중국 정부의 외국인 단속이 강화되면서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현재 상황을 보면 중국 시장에서 더 버텨낼 재간이 없어 포기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한 진단이다.
 
 1992년 수교 이후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최대 효자 시장으로 한국 경제의 근간을 바쳐주었다. 역으로 중국 경제 고도성장의 배경에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었기 때문에 득이 되는 윈-윈 시스템이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한국에 더 불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과 비교해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팔리는 한국 상품은 자취를 감추고 오히려 중국 상품의 한국 시장 침투가 놀라울 정도다.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의 위치는 대만과 미국에 밀리면서 6% 대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액이 무려 180억 달러로 늘어났다.
 
 지금 시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이런 판세가 바뀔 수 있을 것인가로 모인다. 크게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중국 경제의 여건이 나아지면 원래의 상태로 회귀할 수 있다는 믿음과 다른 하나는 이제 중국 시장이 더는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비관론이다. 전자에 집착하는 부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중국 시장 포기를 주저한다. 반면 후자로 분류되는 부류는 과감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다른 길을 찾는다. 정부나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 부문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한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정부 관련 한국 사무소가 속속 철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아직 중국 현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상당수 기업이 후자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데도 그들은 아직도 크게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세가 호전되기보다 더 악화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단순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으로 장착한 중국 상품의 진격이 한국 시장에서는 물론이고 주력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위상을 크게 위협한다. 중국 국내 시장 경기가 당분간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소비가 급격히 위축하면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시장까지 그들의 주된 표적이다. 값싼 물건만이 아니고 테슬라를 제친 BYD의 고급 전기 승용차까지 한국 시장을 넘본다. 올해까지 중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1월 對中 수출이 반짝 증가하였지만, 2월 들어 다시 주춤하고 있어 한 치 앞을 볼 수 정도로 오리무중이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선순환 유도를 위한 종합 처방 나와야!
 
 이쯤 되면 전략의 수정을 본격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에서 과거와 같은 호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꼴이 아닌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외국 브랜드 상품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지만 한국 상품에 더 혹독한 추운 겨울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중국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이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도 토종 기업의 공세에 밀려 주름살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판매할 루트가 없어 한국 시장에 팔기 급급해 무역적자 확대를 부추기까지 한다. 투자 원금도 회수하지 못해 철수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처지이지만 시간이 간다고 좋아질 기미가 거의 없는 굴곡의 끝이 예사롭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치의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이 나아질 것이라는 신호가 미약하다. 어렵게 3기 집권에 성공한 시진핑 정권의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에 제동이 좀처럼 걸리지 않고 있다. 장기 집권의 길은 열렸지만, 정치 지형이 여전히 불안하고 시장경제에 익숙해 있는 민심의 동요가 물밑에 잠겨 있기는 하지만 심상치 않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이 하나하나 허물을 벗고 드러난다. 2027년이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중국 경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년 사이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을 대신하여 인도 경제가 승승장구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위상이 서서히 쪼그라드는 중이다. 이 또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우리가 처하고 있는 중국 딜레마에 대한 처방이 나와야 할 때다. 팔 데가 보이지 않는 중국 시장만 쳐다보고 있거나, 오지도 않을 중국 유커(단체 관광객)를 기다리면서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미 빠르게 대안을 찾아 나선 얼리버드들은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라면 중국 시장을 1순위에 올려놓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China + 1’이 아닌‘1~3 + China’로 노선을 수정할 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적 판단의 시기를 놓친 것에 대해 겸허하게 자성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 지원 공공 부문이 먼저 변화된 종합적인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빠를수록 우리 경제의 선순환 길이 열린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