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車노조 업계 요구 받아들인 듯"

2024-02-18 13:57
2030년 이후 전기차 판매 급격히 늘리겠다는 전략

 
[사진=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전환에 대한 속도 조절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업계와 노조의 요구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해 4월에 발표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안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차량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해당 기준이 적용되면 전기차가 2032년에 판매되는 승용차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전기차 변환을 위한 시간을 더 주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이번 NYT의 보도다. 대신 2030년 이후에 전기차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규칙은 봄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를 첨단 산업으로 규정하며 전환에 속도를 올리던 바이든 정부가 한발 물러나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했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자동차 노조는 전기차로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상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작년에 새 배출가스 기준이 공개되자 일자리 우려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UAW가 지난달 24일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는데, 이는 EPA가 지난달 초 백악관에 완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보고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비싼 가격과 충전 문제에 불편함을 느껴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 업계는 전국에 충전소를 깔고 전기차 비용을 낮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이번 전기차 도입 속도 조절안이 실효성을 갖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2030년부터 급격히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제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