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비 3년간 26% 상승···평당 900만원대 공사비도 외면

2024-02-15 16:20

대구광역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최근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시공사 선정에서도 유찰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53.26(잠정치)으로 1년 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년 전인 2020년 말 121.80에 비해서는 크게 올랐다. 

인건비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 종사자 평균 임금은 2020년 4.7%, 2021년 3.9% 올랐으며 2022년에는 5.5%, 지난해에는 6.7%가 오르는 등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공사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참여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요지의 사업지에서도 적정 공사비 책정 등 사업성 확보를 위한 조건들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유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앞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동부건설, 효성중공업 등 8개 건설사가 참석해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 보증금을 납부한 건설사는 없었던 것이다.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이유로는 공사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면서도 평당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제안하다 보니, 건설사가 조건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유찰됐다는 진단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평당 810만원으로는 조합이 요구하는 상품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관계로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급화를 원하는 단지라면 평당 900만원으로도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합이 공사비를 올리는 곳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9구역의 경우 평당 742만원에서 840만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진행하면서까지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으나 3차까지 유찰되는 등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 역시 최근 2차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평당 공사비를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려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평당 공사비를 907만원으로 제시하고도 유찰된 신반포27차 재건축의 사례를 감안하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공사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제로에너지 정책 여파 등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는 조합이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한 다음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이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