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후폭풍] 미국채 연중 최고치…국내 채권 시장도 '급등'

2024-02-15 06:00
증권가 "美 금리 상승 단기 조정 국면, 더 오르진 않을 것"

1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0.04포인트(1.51%) 내린 2,609.60으로 장을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국내 채권 시장도 급등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급락했던 탓도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전장 기준 국고채 3년물은 10.5bp(1bp=0.01%포인트) 상승한 3.458%, 10년물은 8.5bp 상승한 3.538%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도 전날보다 10.3bp 오른 4.177%를 기록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국내 채권 시장은 종목별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밤 미국이 발표한 1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외국인도 장단기 국채 선물을 순매도하며 채권 시장 약세에 한몫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CPI는 전월보다 0.3%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1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로는 3.9% 상승했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8.19bp 급등해 4.6620%, 10년물 금리는 13.32bp 올라 4.3153%를 나타냈다.
 
증권가는 1월 CPI를 기반으로 보면 동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추정치도 전월보다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 대비 약 0.1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월 대비 0.34%가량 오르며 채권 금리는 상승 모멘텀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에서 연내 인하를 기정사실화했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며 “당분간 고용과 물가 등 핵심 경제지표 예상치 결과 여부에 따라 금리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물가 지표에 따라 국내 증권사는 금리 인하 시기를 6월 이후로 보고 있다. 물가 둔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뎌 연준이 당장 금리 인하를 결정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첫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연내 3회 인하를 전망한다”며 “이번 CPI에 나타난 디스인플레이션의 일부 되돌림이 PCE 물가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PI와 달리 PCE 물가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잘 둔화하고 있다. 다만 2~3월에도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는 6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2월까지 확인된 주요 지표 결과는 예상치를 뛰어넘어 뜨거운 수준”이라며 “서비스물가는 탄력성이 낮아 물가 하락 저항이 장기화할 수 있는 우려가 부각된다. 이를 감안해 물가 안정 확인 구간은 3분기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은 단기적인 조정 국면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는 상반기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본 시각이 많았는데, 지난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 금리가 3.5%까지 오른 만큼 장기채 비중 확대 시 10년물을 추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