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中지방정부...올해 세수 목표치도 속속 낮춰

2024-02-14 16:22
경기 불황 속 지방정부 '곳간' 비상
토지稅·기업소득稅 등 세수 감소
中지도부 "허리띠 졸라매기 습관화" 강조
회의경비 줄이기, 공무차량 카풀 장려 등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인민대회당 내부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경기 불황 속 올해 지방정부 곳간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정부가 올해 세수 목표치를 전년보다 확 낮추며 허리띠도 단단히 조이는 모습이다.

중국 웨카이증권 연구소에 따르면 31개 성·시·자치구 중 산시(山西)·장시를 제외한 29곳이 올해 재정수입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 실질 증가율보다 낮게 잡았다.

지난해 26.3% 증가율을 실현한 지린은 올해 10%로, 충칭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6%로 낮춰 잡았다. 윈난성은 지난해 10.3% 재정수입 증가율을 달성했지만, 올해 목표치는 고작 3%로 낮게 잡았다. 심지어 시짱티베트족자치구는 올해 목표치를 -3.6%로 설정했을 정도다.

사실 지난해에는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중 하이난·산시·헤이룽장·광둥·허베이를 제외한 나머지 26곳은 연초 세운 목표치를 달성했다. 코로나19 직격탄 속 2022년 지방정부마다 대규모 세금 환급 정책을 시행해 그해 재정수입 증가율이 낮은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반등 효과도 재정수입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속 대다수 지방정부 토지양도세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쑤·저장성 등 민영기업이 몰려있는 곳은 경기 둔화에 따른 공업이익 하락으로 기업소득세 수입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밖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산시(陝西)·산시(山西) 등과 같은 자원대성(大省)은 자원세 수입이 줄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지방정부의 인프라 사업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제로코로나 방역을 위해 빌린 부채 원리금 상환도 아직 남아있는 것도 지방정부 재정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실 중국 중앙정부 재정수입은 이미 2년째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재정수입 증가율은 6.4%로, 목표치인 6.7%에 다소 못 미쳤다.  그만큼 중국 경제 성장 둔화세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당정기관이 허리띠 졸라매기 생활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특히 '습관화'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이중 타격으로 중국의 재정상황이 어려워져 앞으로 상당 기간 개선되긴 힘들 것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이 수년간 전시행정, 부패 척결에 노력해 왔음에도 여전히 행정부문이 여러 부문에서 낙후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탕런우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연구원 원장도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현재 지방정부 재정은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허리띠 졸라매기는 단순히 구호가 아닌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긴박한 임무가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재정난 압박 속 올해 지방양회에서 각 지방정부는 구체적으로 긴축 재정지침도 마련했다. 예를 들면 광둥성 광저우시 정부가 연초 당정기관의 회의 기간과 규모를 줄이고 온라인 회의를 권장하고, 종이 문서 인쇄 수량을 제한하고 펜·노트·서류파일 등과 같은 소모품 제공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으로 지침을 나열한 게 대표적이다. 저장성 정부도 이미 관공서 증축 금지, 공무원 카풀 장려 등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충칭시는 지방 양회 기간 음식물 쓰레기 낭비를 막기 위해 감독관을 배치하고, 회의 참석자 방의 꽃 장식과 과일 제공도 없애기로 했다. 

연합조보는 일부 지방정부는 공무원 월급을 줄이거나 보너스 지급을 중단하는가 하면, 대학교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예산을 축소 혹은 중단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