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로 구형 반도체 개발 집중하는 中...日은 반사이익 누려

2024-02-14 14:56
日장비업체들, 中수요 폭발로 실적 호조
작년 中 수출 비중 50% 넘어...주가도 고공행진
美수출통제 강화 등 변수로 리스크도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로 첨단 공정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된 중국이 레거시(구형·28nm 이상)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면서 일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29%에서 12월 55%까지 늘어났다. 중국 내 수요 폭증으로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한 일본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지수 역시 지난 16개월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를 본격화한 2022년 10월부터다.  

일본 업체들은 올해도 중국의 레거시 공정 장비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중국 전체 수요의 20%에 불과하다. 이에 중국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레거시 공정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본 업체들의 분석이다.

도쿄 일렉트론의 경우 전날 중국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유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4450억 엔(약 3조 9500억원)으로 종전 대비 11% 상향 조정했고, 이에 힘입어 도쿄 일렉트론 주가는 이날 12%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반도체 세정장비업체 스크린홀딩스는 지난해 19%였던 중국 의존도가 오는 3월까지 44%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논 역시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 중 중국이 약 40%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

이밖에 디스코도 올해 매출의 40%가량이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고쿠사이 일렉트릭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그에 따른 리스크도 동반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미국이 수출통제 대상을 첨단 반도체에서 구형 반도체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높을수록 일본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아키라 미나미카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상황이 좋지만,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향후 사업이 갑자기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