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후폭풍] 3개월 만에 150엔 돌파...日, 환시 개입까지 거론

2024-02-14 16:14
美 CPI 시장 예상치 상회+BOJ 인사들 발언 여파
닛케이지수 최고치 행진 중단
일본 경제 물가 상승 우려 부채질
일본 재무부 "필요시 적절 조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일본 환율 시장이 흔들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달러당 엔화 환율이 3개월 만에 150엔을 넘어섰다. 화들짝 놀란 일본 당국은 환시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150.5엔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으로 예상치를 웃돌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 여파에 엔 환율 역시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불리는 150엔을 돌파해 장중 한때 151엔 근처까지 가기도 했다. 

일본 환율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다. 이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6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5월 기준금리 인하를 높게 내다봤으나,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의 금리 격차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에 시장에는 달러 매수, 엔화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 주요 인사들의 최근 발언도 엔화 매도세에 불을 붙였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9일 중의원(일본 의의 하원격)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도 지난 8일 금융·경제 간담회에서 "BOJ가 금리를 지속적이고 빠르게 인상하는 것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에 엔화 가치가 급락(엔화 환율 상승)하자, 일본 당국은 구두 개입을 시작했다. 칸다 마사토 재무부 차관은 이날 현지 매체와 만나 "최근 엔화 하락폭은 매우 빨랐다. 일부는 펀더멘털에 부합하지만, 일부는 분명히 투기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1년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과거에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50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일본 통화당국이 환시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장 일본 증시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69% 하락한 3만7703.32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3만759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날 닛케이지수가 3만7963으로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34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엔화 가치 하락에 일본 물가도 덩달아 뛸 우려가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입 물가의 상승을 유발한다. 에너지 부분을 전량에 가깝게 수입하는 일본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급등을 크게 우려한다. 실제 전날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4% 오른 77.87달러로,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유가 급등이 진정된 이후 일본 CPI는 2% 후반을 보여왔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일본 경제 특징 때문에 2% 후반의 물가도 일본 경제에 위협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