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이 또 증가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증가세에도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대비 4분의 1 수준이라며 안정적 수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올해 추가적인 정책모기지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관련 증가 폭이 다시금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1000억원) 오름세로 전환된 뒤 △5월 2조6000억원 △6월 3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6조1000억원 △9월 2조4000억원 △10월 6조2000억원 △11월 2조6000억원 △12월 2000억원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도 오름세를 주도한 건 은행권 가계대출이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5조1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 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4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6000억원 감소하며 전월(2조9000억원 감소) 대비 감소 폭이 축소됐다. 상호금융권과 보험업권이 각각 2조5000억원, 5000억원 감소했지만, 여전사와 저축은행권은 각각 4000억원,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당국은 일단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반형 공급 중단 영향으로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됐고,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증가 폭이었던 3조8000억원 대비 관련 수치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권은 올해 추가적인 정책모기지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물론 증가 폭 역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앞서 정부는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생아특례 상품을 출시했다. 아울러 최대 3% 중반대 금리가 적용되는 보금자리론을 내놓기도 했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한도가 최대 3억6000만원으로 이전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관련 한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3억원 이상의 대출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주도로 출시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은 낮은 금리, 장기 분할 상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미적용 등 파격적 혜택을 갖추면서 가계대출을 끌어올린 주범으로 평가받았다"며 "올해 출시된 정책모기지들은 가입 허들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전 상품의 혜택들이 곳곳에 녹아 있어 관련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변동 가능한 만큼 향후에도 주택시장 동향과 가계대출 증가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DSR 예외 사유 축소 등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