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세계 10위권 메가항공사 출범까지 한 걸음...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美만 남았다

2024-02-13 20:27

대한항공이 13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획득하면서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까지 한 걸음만 남기게 됐다.
 
경쟁당국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 조건을 붙였지만 업계는 사실상 승인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으로부터 승인이 떨어졌다.
 
마지막 승인 국가인 미국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승인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020년 11월부터 추진됐던 국적 FSC(대형항공사) 두 곳의 합병이 3년 6개월 만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EU 경쟁당국은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화물사업 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대한 시정조치라는 조건을 붙였다. 독과점을 우려한 것에 대한 조치다.
 
대한항공이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 또 양사가 중복으로 가진 유럽지역 노선에서 일부 슬롯(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신규 항공사가 넘겨받도록 지원하는 조치도 이행해야 한다.
 
EU는 14개 승인 국가 중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곳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하고 2023년 1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쟁당국은 당초 지난해 7월 5일까지는 합병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두 차례나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경쟁당국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이 큰 고민이었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는 화물 사업 분리 매각 시정조치안에 대한 안건을 두고 이사진들이 대립된 의견을 냈으나 최종적으로는 5명 중 3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의 요구대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매각하고, 유럽 일부 노선을 국내 LCC(저가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넘기는 시정 조치안을 EU 측에 제출했다.
 
이날 조건부 승인이 떨어짐에 따라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 매각을 두고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이 경쟁 중이다.
 
EU 경쟁당국이 제시한 조건을 달성한 후 미국의 승인까지 받아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를 인수하는 절차를 시작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2년간 분리 운영 및 통합 준비를 거쳐 대한항공의 이름 아래 두 항공사가 합병된다.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으로 30년 넘게 이어진 국적 FSC(대형항공사)의 양강체제는 끝을 맺게 된다. 매출 20조원, 여객기 보유 230여대, 세계 10위권의 여객 수송 실적을 가진 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