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월급주고 고리대금업까지… 중소 회계법인 자금유용 다수 적발
2024-02-14 06:00
81세 부친 이름만 올려 놓고 급여
12개사 중 10곳 부당거래 드러나
금감원, 내부통제방안 강화 주문
12개사 중 10곳 부당거래 드러나
금감원, 내부통제방안 강화 주문
금융감독원이 근무하지 않는 부모, 형제 등 가족 이름을 올려 놓고 급여를 지급하거나 별다른 용역이 없었는데도 가족 관계사에 용역 비용을 지급하는 중소 회계법인의 자금 유용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전반적인 경영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내부통제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감사인 감리 대상 중소형 회계법인 12곳을 점검한 결과 10개 회계법인이 부당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거래한 회계사는 55명, 부당행위 금액만 50억4000만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상장사 감사인등록법인은 품질관리의 효과성·일관성을 위해 자금·인사 등 경영 전반의 관리체계를 ‘원펌(One-fitm)’ 체제로 구축·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형 회계법인 대부분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수임한 업무를 수행한 만큼 보상을 가져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금 부당 유용 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적발된 회계법인들은 주로 부모, 형제 등 가족을 회계법인 직원으로 채용해 근로 제공 없이 급여를 지급하거나 용역 제공 없이 기타·사업 소득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업무수행을 증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 계약서, 업무 산출물 등이 미비하거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페이퍼컴퍼니’인 특수관계법인에 용역 제공 없이 용역수수료 명목으로 비용을 부당 지급한 사례도 발견됐다.
회계법인 이사 D씨는 본인과 동생이 이사로 등재된 특수관계법인에서 금융상품가치 평가에 필요한 금융시장정보를 구입하는 용역계약을 1억7000만원에 체결했다. 해당 정보는 회원 가입만 하면 300만원에 사용할 수 있다.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및 매각자문 업무를 수임한 회계사 E씨는 특수관계법인에 매각자문 업무를 하청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때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각할 때 수취하는 성공보수 대부분을 E씨의 특수관계법인에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E씨의 특수관계법인에는 소속 직원이 없어 E씨가 업무를 수행했다”며 “5억2000만원 규모의 성공보수가 E씨의 특수관계법인에 부당 지급됐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대부업을 영위하는 등 수수료를 부당으로 취득하거나 퇴직한 회계사에 대해 알선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공인회계사 윤리규정을 위반한 정황도 적발됐다.
한 회계사는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최고 금리 제한을 초과하는 이자를 수취했다. 대출중개인을 고용해 소상공인 대상 신용카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 제한인 연 24%를 우회하기 위해 차입자에게서 경영자문 명목으로 연평균 4.3%에 이르는 추가 수수료를 수취했다. 추가 수수료 중 2.8%는 대출중개인에게 중개수수료로 지급하고 1.5%는 회계법인이 수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회계법인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회계사들이 감사업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회계법인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강구해 자금·인사, 성과급 지급 등 통합관리체계가 조속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