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가톨릭 사제, 동성 커플에 축복 기도...교황 승인 한 달만

2024-02-13 14:45

2023년 9월 독일 쾰른 대성당 앞에서 축복받는 동성 커플 [사진=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동성 커플을 위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 기도가 이뤄진 사실이 알려졌다.
 
13일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이하 아르쿠스)에 따르면 글라렛 선교 수도회 소속 이승복 신부는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여성으로 이뤄진 커플 두 쌍을 위한 축복 기도를 올렸다.
 
축복 기도를 받은 이들은 2013년 캐나다에서 동성 결혼한 크리스(활동명, 이하 동일)·아리씨와 내년 미국에서 결혼할 계획인 커플 유연·윤해씨다. 크리스씨는 아르쿠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 신부는 성소수자를 돌보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가 동성 커플을 축복할 때 사용한 기도문을 인용해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이들에게 은총을 베푸소서”라고 말했다.
 
이승복 신부는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주님의 축복에서 그 어떤 이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아르쿠스를 통해 밝혔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간)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을 축복해도 된다고 밝혔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선언문을 공식 승인했다.
 
교황청은 동성 결합은 이성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탓에 축복할 수 없다고 2021년 밝힌 바 있으나 2년 만에 입장을 변경했다.
 
다만, 새로운 선언문은 “(동성커플) 축복의 형식이 혼인성사의 정식 축복과 혼동을 유발하지 않도록 교회가 이를 의식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