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안 분수령] 홍콩ELS 손실액 5000억 넘어…복합해진 '자율 배상' 셈법

2024-02-13 16:00
7일까지 ELS 평균 손실률 53.6%…전체 손실액 7조 안팎 전망
당국, 판매사 자율배상안 압박…"은행서 선제적 제안 못할 것"

[사진=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피해 규모는 7조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은행 등 판매 금융기관에 자율배상안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 가운데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총 973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이 중 상환액은 4512억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53.6%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전체로는 15조4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는데 H지수가 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4월 총선을 앞두고 ELS와 관련해 은행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16일부터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한다. 이달 말께 당국이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는 것과 별도로 투자자를 위한 은행권의 자율배상도 기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규모에 대해서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수긍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배상)해드릴 수 있다면 당장 유동성이 생겨 좋지 않겠냐"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의 바람과 달리 은행권에서 자율배상안이 빠른 시일 내 나오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금감원 조사·검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판매사가 선제적 배상에 나서면 불완전판매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향후 본격적인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나 손해배상 소송, 금융당국 징계 절차 등에서 은행이 크게 불리해질 수 있다. 자율배상 자체가 금융사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업무상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금융사가 자율조정을 진행한 것도 분조위가 배상기준을 마련한 이후였다. 라임펀드 때도 분조위에서 배상기준을 마련하고 금융권의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했다.

ELS 가입자가 15만명에 달하는 것도 배상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H지수 ELS 계좌수만 40만좌 이상인 데다 사례별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위반 여부, 정도가 제각각이라 은행에서는 자체적인 배상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기준안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내부적으로 자율 배상 논의를 시작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불완전판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는 물론 당국의 책임분담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구체적인 배상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