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불완전판매 행원만 죄인?] 분신·유언 등 극단 민원에 스트레스 극심···"책임전가 안돼"

2024-02-07 18:05
살해 협박부터 유언장까지···판매 행원 향한 민원 쏟아져
금융노조, '인권침해 핫라인' 만들고 심리 상담·법률 지원

[사진= 연합뉴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조사 압박은 물론, 여론의 비판까지 커지자 은행권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특히 분신 소동, 유언장 메시지 등 판매 행원을 향한 극단적인 민원이 쏟아지면서 영업 일선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에 행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관리·감독의 소홀과 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인권침해 핫라인'을 만들고 은행별 노조 지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ELS 사태 이후 행원에게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인권침해 핫라인을 통해 심리상담을 제공하거나, 소송이 걸릴 때 법률적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영업 일선에 있는 행원들은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민원 세례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한다. 밤낮으로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살해 협박 메시지나 유언장을 행원에게 보내는 예도 있다. 수원의 한 지점에서는 분신 소동까지 벌어졌다. ELS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은 주로 프라이빗뱅커(PB) 창구 등을 통해 판매되는데,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한 PB 특성상 판매 행원의 개인번호를 공개하다보니 직접적인 민원이 빗발치는 것이다.

여기에 당국의 불완전판매 민원조사가 사실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조사라는 점에서 행원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례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해야 하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담겨 있는데, 적합성 상품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낙인을 찍고 조사한다면 결국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조사가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구조·절차 등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현장에서의 안내 고지 의무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면서 행원 개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민원이 판매 행원에게 쏟아지면서 총알받이를 하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돈잔치', '이자장사' 여론에 은행원이 공공의 적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행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ELS 사태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과 은행 경영진의 과도한 수익 추구 행태에 있고, 이를 반성해야 한다"면서 "은행들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삼고, 더욱 많이 팔기 위한 홍보도 진행했다. 개별 직원이 과도한 배상 책임과 징계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